윤남일삼일스텐레스사장은 지난 92년초 영등포에서 철관벤딩회사를
시작하면서 회계란 골치아픈 것이라고 단정했다.

"사장이 회계까지 알아야하나 장사만잘하면 되지"라며 큰소리쳤다.

나름대로 비법을 고안해냈다.

거래은행인 국민은행에 돈이 1천만원이상 남아 있으면 회사가 잘돌아가는
증빙서류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는 창업 2년만에 심각한 자금난에 부딪쳤다.

회계용어로 풀이하자면 고정자산과다에 판매대금회수부진으로 부도직전에
몰리게 됐다.

스테인리스강관을 재고로 쌓아 두면 강관원료값이 올라 저절로 장사가
된다는 생각에서 재고를 총자산의 40%선까지 늘려놓았다.

이에 비해 납품한 대금을 거의 어음으로 받았다.

외상매출금비중이 너무 높은데다 받을어음 2천만원짜리하나가 계속
지급지연되자 견뎌내기 힘들게 됐다.

3개월을 더 버티다 재고강관을 모두 차압당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윤사장이 회계기법을 조금만 알았더라면 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윤사장처럼 회계에 대해
잘모른다.

회계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회계를 맡기기 위해 이미 경리사원을 하나
구해뒀다"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회계의 기본구조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회계란 세무와 직결된다.

주식회사등기를 하고나면 30일이내에 관할 세무서 법인세과에 설립신고를
해야하며 설립신고에 서류에 개시대차대조표를 작성해야 한다.

이어 사업등록을 한 기업은 의무적으로 장부기장을 해야 한다.

창업전문컨설턴트인 안상민아이앤아이컨설팅이사는 "회계란 증빙서류관리와
도 깊이 연관된다"지적한다.

안이사는 "요즘도 첫제품이 출하되고 들뜬 기분에 대금을 수표나 어음으로
받아 은행에 넣지 않은채 간수하다가 일부는 접대비로 쓰고 영수증을 받지
않은데다 일부는 거래업자의 어음을 할인해주고 한참 뒤에 경리에게
얘기하는등 회계감각이 없는 사장들이 많다"고 밝힌다.

이 경우 세제 혜택을 못받을 뿐더러 자금관리에 공백이 일어난다고
경고한다.

우연준대연도장사장은 "부산에서 건축물도장보수사업을 시작하면서
장부기장을 체크하다보니 회사돈을 몰래 조금씩 빼나가는 사원을 발견해내는
덕에 큰 사고를 막은일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따라서 창업초기엔 증빙서류취합에 신경을 쓸 것을 당부한다.

"세금계산서를 비롯 입금표 탑승권 금전등록기영수증 신용카드매출표등을
확인하는 버릇이 어떤 때는 회사를 살리는 경우도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지금은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과학기기조합 이사장인 홍순직
오리엔트에이브이사장을 비롯 전명순대주금속사장 황선태태창전기사장등도
창업 당시 장부기장및 증빙서류체크를 등한시 했다가 영업사원 또는
총무부장이 회사돈을 모두 빼돌려 도망가는 바람에 도산의 쓴맛을 경험한
기업인들이다.

이들은 그후 기장을 검토하고 자금관리회계에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황선태사장은 회사가 발행하는 영수증은 꼭 복사본을 만들어둘 것을
권장한다.

"발행하거나 수취한 영수증및 증빙서류는 일련번호를 매겨 누락과
분실이 즉시 발견될 수 있도록 하고 하고 증빙서류와 입출금전표가 서로
맞는지를 파악해볼 것"을 강조한다.

한재열한영시스템회장은 "중소창업자의 경우는 감가상각개념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색"이라고 지적한다.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을 모두 이익으로 계산하다보면 점포내 설비나 기계
트럭등이 감가상각되는 것을 잊게 된다고.

감가상각비를 사내유보금으로 적립하지 않으면 어느날 주머니돈이 텅비어
있음을 깨닫게 되지만 그땐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것.

회계는 처방을 제시한다.

삼일철강의 경우도 경영합리화를 위해 재고자산 4억원중 25%를 줄이면
1억원만큼의 자금부담이 줄어든다.

나아가 연리를 10%로만 계산하더라도 연간 1천만원의 회계상이익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중소기업으로서 재고자산의 비중이 총자산의 20%를 넘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총자산중 어음및 외상매출금등 매출채권이 총자산의 20%를넘어서는 것도
위험신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