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92년봄. 쌍용투자증권 김석동부사장(당시전무)은 외국인 두명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초대받은 사람은 자딘플레밍사 서울사무소의 필립스마일리 소장과
조사담당이사인 스티븐 마빈씨(40).

세사람은 한국의 주식시장에 대해 논의하고 가볍게 만찬을 끝냈다.

그러나 이날 만찬은 김부사장의 탐색전이었다.

국제증권계에서는 "밀튼 킴"으로 통하는 김부사장이 인재사냥을
모색했던것. 그래서 스티븐 마빈씨의 경력은 김부사장의 관심을
끌었다.

마빈씨는 미스탠포드대에서 아시아학을 전공했고 일본통산성 해외언론
대변인을 지낸후 자딘플레밍증권사의 일본지점에서 국제금융을 담당했었다.

게다가 미국의 증권분석사(CFA)자격증까지 갖고 있다.

만찬초대이후 계속 마빈씨를 지켜보던 김부사장은 93년8월에 쌍용의
조사파트를 발달시켜달라고 제의했다.

결국 지난해8월 스티븐 마빈씨는 4년계약으로 파격적인 대우와 함께
쌍용투자증권 조사담당이사로 스카우트됐다.

1년남짓 지난 지금 그는 한국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가운데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인물이 됐다.

기본적분석을 통해 "분석자료의 국제화"를 이룩했다는게 업계의
평이다.

국내증권사 국제통들은 "쌍용측이 그에게 계약한 연봉과 주거비
교통비등 제반경비를 포함한다면 1년에 1백만달러가 될것"이라고
전한다.

그래서 그에게 붙여진 별명도 "1백만달러의 사나이"다.

마빈씨에게는 또다른 별명이 있다.

"마선생"이다.

기본적분석의 대가로 통하기때문이다.

지난해 쌍용측과 계약을 할때 3가지를 주임무로 했다는 그의 얘기에서
마선생이라는 별명의 이유를 찾을수 있다.

그의 3가지임무는 <>거시경제분석 <>중장기투자전략 <>기본적분석과
그와 관련된 교육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산업분석을 먼저 중시한다. 그들은 회사가 아무리
좋아도 업종의 영업환경이 좋지 않으면 관심을 안둔다. 따라서 국제
영업을 위해서는 산업.기업분석등 기본적분석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기술적분석만 발달했지 기본적분석의 수준은 덜 발달해있다"

일본에서 6년동안 중공업 자동차 조선업 기계업종에 대한 기본적분석을
해온 그의 말은 한국증권사들의 분석자료가 국제화되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내증권사본점에 근무하는 외국인은 마빈이외에도 수십명에 달한다.

그러나 코메리칸(한국계 미국인)과 재일교포등을 제외하면 고작
다섯손가락으로 꼽힐 정도다.

마빈의 뒤를 잇는 젊은주자들도 있다.

대우증권 국제조사부의 부르스 고니아씨(28). 미보스턴대 재정학석사
출신인 그는 대우그룹 김우중회장의아들의 유학시절친구다.

그런 인연을 계기로 지난91년6월부터 지금까지 대우증권의 계약사원으로
재직중인 것. 그가 맡고 있는 것은 인도와 중국의 기업분석이다.

마빈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대우증권으로선 새로운 시장개척에
유용한 인물인 셈이다.

초보적인 수준의 외국인을 채용, 분석가로 양성하는 증권사도 있다.

24살의 캐나다인 로버트 매컬처씨를 채용한 LG증권이다.

매컬처씨는 지난3월에 국제영업정보팀에 입사했다.

퀸즈유니버시티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별다른 경력이 없는 신입사원.

지금은 영문분석자료를 검토하는 에디터로서의 역할만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분석가로 양성하겠다는게 LG증권측의 얘기다.

매컬처씨의 상사인 박병문팀장의 얘기는 외국인이 한국증권사에서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증권시장이 개방될수록 국내증권사들의 외국인채용은 늘것이다.
그만큼 국내증권시장도 모든 분야에서 국제화되야하기 때문이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