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이대원 <항공우주산업진흥협 회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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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항공산업이 기술자립을 향한 일대 도약을 서둘고 있다.
중국과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중인 1백석급 중형항공기사업은 그 첫번째
디딤돌이다.
한중항공업계는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기술파트너선정등을 논의키 위한
실무회의를 서울에서 갖는등 사업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말께 기술파트너(제3 협력선)가 결정되면 항공국책사업이 그야말로
본격화될 모양이다.
내년 10월21일 1주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서울 국제에어쇼도 항공산업발전
의 모티브가 될게 분명하다.
서울에어쇼에는 이미 보잉 맥도널더글러스(MD) 에어로스페셜 등 미국
러시아 프랑스등 세계 20여개국에서 유수의 항공기 제조업체 1백50여개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돼있다.
관람객만 60여만명이 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사 유화선산업1부장과 심상민기자는 5일로 창립 세돌을 맞는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이대원회장(삼성항공사장)을 만나 보았다.
=======================================================================
[[[ 대담 = 유화선 < 산업1부장 > ]]]
-이번 한중중형항공기 서울회의에 온 외국 손님들을 맞느라 바빴겠습니다.
회의결과는 만족할만 합니까.
<> 이회장 =AVIC(중국항공공업총공사)쪽 사람들과 만나 미국과 유럽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의향서내용을 집중검토했습니다만 결과는 좀더
두고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기술수준에 대해 자세한 검토를 해봐야지요. 중국과 어떻게
공동보조를 취하느냐하는 문제도 다 해결된게 아니고요.
-그렇지만 이회장의 머리속에 어느정도 결정돼 있는것 아닙니까. 중형
항공기사업의 제3협력자는 바로 이 회사로 해야겠구나 하고 짐찍어 둔데가
있을 것만 같은데요.
<> 이회장 =아직 없습니다. 기술이전에 관한 조건이라든지 여러 사항들을
포함해 사업의향서의 전체적인 내용을 좀더 검토해봐야 합니다.
예컨대 설계에 관한 기술 인증문제등에 대해서 도와주겠다는 정도의 의사
표명을 해온 쪽이 있는가 하면 완전책임을 지겠다는 식으로 적극적인 공세를
펴는 쪽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나오면서도 항공전자부문같은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기술이전을
꺼리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미국과 유럽중 점수를 더 주고싶은 곳이 있을텐데요. 중국관영
영자지인 차이나 데일리 비즈니스를 보니까 미국 보잉사와 에어로스페셜
다사 등 유럽컨소시엄이 중형항공기 개발 경험이나 기술이전 의지면에서
대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던데요.
<> 이회장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술 수준이나 마케팅 능력면에서는
보잉이 단연 앞서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한테 좋은 기술파트너가 과연 어느 쪽이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컨소시엄은 부분적으로 각기 다른 조건들을 내걸고
있습니다.
유럽 컨소시엄은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지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제3의 기술파트너에 20%의 지분을 내주기로 한 원칙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 이회장 =중국과 합의한것은 "20%내외"지 딱잘라 20%라고 선을 그어놓은
건 아니었습니다.
추가적으로 5%정도는 더 주거나 덜 내줄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MD)도 사업참여를 희망하고 있지만 지난번
무궁화호 위성발사를 제대로 못해내 파트너로 선정되기는 힘들다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 이회장 =MD의 맥도널회장과 지난달 만났습니다만 아직 사업의향서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지난해초 삼성항공은 MD에 MD-95(95석급 중형기)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제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MD는 거절했었지요. 그러다 뒤늦게 한중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MD는 KFP(한국형전투기사업)기종이 F-16(록히드사)으로 선정되면서 탈락한
이후 한동안 한국과 멀어져 있다가 한중프로젝트를 계기로 관계를 회복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걸로 보면 됩니다.
한국 사무실도 다시 낼 계획이라고 합디다.
-외국의 유수 항공업체들이 한중프로젝트에 이다지도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며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 이회장 =세계적으로 항공산업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 알다시피
항공산업은 크게 민수용과 군수용으로 나뉩니다.
그런데 국제적인 긴장완화 추세로 각국 정부가 군수용부문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항공산업전체가 위축되고 있지요.
게다가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가 최근 몇년동안 뒷걸음질치는 바람에 항공
산업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뭔가 대형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싶었는데 한국과 중국이 그런 사업을
벌인다고 하니 탐을 내게된 것이지요.
더욱이 21세기는 환태평양(Pacific Rim)시대가 될게 뻔하고 그렇게 되면
동남아에서 항공기 수요도 급증할테고...
이런 분위기속에서 한국이 항공기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중국이 엄청난 시장을 무기로 항공산업에 뛰어든다하니 서방측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요.
-중국은 왜 자국중형기시장을 일본이 아닌 한국과 손잡고 개발하려고
하는 걸까요.
<> 이회장 =중국의 강택민주석 이붕총리등과 만난 적이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본의 참여를 반대하고 있더군요.
아마도 과거 일본과의 불행한 역사가 중국인들의 뇌리에 작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그들을 만나면 한국도 일본으로부터 당한 불행한 역사가 있지
않으냐고 되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렇게 보면 보잉은 한중중형기개발 파트너로서 감점을 받을수도 없겠지요.
일본과 공동으로 항공기개발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니까요.
-구미에서 제3의 기술파트너를 고르는 일 이외에 아시아권에서 제4의
협력자도 선정키로 했다지요.
어떤 나라가 유력한 후보입니까.
<> 이회장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인도 등이 후보국가들입니다. 이들 나라
와는 비공식적인 접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중 교통의 중심지인 싱가포르도 항공기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유력한
후보리스트에 올라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간에 중형기개발합작회사의 소재지와 최종조립생산기지를
어느나라에 둘것이냐 하는 문제등에 관해 이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 이회장 =최종 조립기지를 어느 나라에 두느냐는 협상이나 논의대상이
아닙니다.
한중중형기사업은 한국에 최종조립장을 둬야 한다는게 전제입니다. 이는
중국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이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는 에어버스를 모델로 삼는다면
어떻습니까.
<> 이회장 =경제성으로만 본다면 조립장을 일원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중형기 프로젝트에서는 경제성보다는 항공산업을 육성한다는 의미가
더욱 큽니다.
최종조립장이 없으면 우리로서는 한중중형기사업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설계와 최종조립에 관한 기술을 전수받을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기껏해야 부품생산에 만족해야 하는데 부품생산은 지금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기술축적이 중요하다지만 일단 사업인이상 채산성도 맞아야
할텐데요.
언제쯤 예상 손익분기점을 넘길수 있을까요.
<> 이회장 =항공산업은 다른 업종과 달리 경제성이 아니라 "방위력"이라는
요인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방위력증강을 위해 착실히 기술을 축적하다보면 수익성도 따라 붙는
것이지요.
2차세계대전때 미국공군이 보유했던 대형폭격기 B-29가 전쟁후 개조돼
유명한 민수여객기인 B-747기가 된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으로서는 별도의 초기 투자없이 군수용기를 민항기로 바꿀수 있었던
셈이지요.
이처럼 항공산업에 있어서 군수와 민수는 칼의 양날과 같은 것입니다.
선진국이나 중진국 가릴것 없이 국가가 항공산업을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겁니다.
미국만 봐도 주요 항공회사의 땅과 건물들은 대부분 국가소유입니다.
국가가 항공산업을 의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항공산업은 현대기술의 총화이기 때문에 산업전체의 발전과 시너지효과를
달성하는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지요.
항공전자와 같은 모든 첨단기술을 집적할수 있거든요. 돈과 시장등 당장의
경제성에만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렇게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하는 산업이라면 개별업체들로선 여러가지
고층이 많이 따르겠군요.
<> 이회장 =고층이야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국내 항공업계는 너무
난립돼 있는 상태입니다.
세계적으로도 1국 1항공사 추세가 보편적입니다. 각 공정별 전문화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서둘러야할 것으로 봅니다.
-정부가 고정익 회전익(헬리콥터)비행기엔진등으로 기업들을 전문화한다는
방침을 세운건 그런 이유때문 아니겠습니까.
<> 이회장 =고정익과 회전익 엔진등이 결코 분리된 산업이라고만 볼수는
없습니다.
규모와 치공구등에서만 차이가 있을뿐 하나의 공정으로 묶을수 있는 성격
입니다.
회전익따른 고정익따로 분리해서 수평적인 계열화를 하겠다는 것은 12인치
텔레비전과 20인치 텔레비전을 따로 생산하라고 강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보다 과감한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 이회장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과거처럼
정부가 방위산업(항공산업) 손익을 보전해 줄 때와는 다릅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서울 국제에어쇼는 준비가 잘 돼가고 있습니까.
<> 이회장 =지난달에 비로소 결정돼 이제 막 실무적인 준비에 들어
갔습니다.
서울에서 국제적인 에어쇼를 개최한다는 것은 국가로서나 항공업계로서나
획기적인 일입니다.
세계의 유수한 항공회사들과 기술상담을 벌이는 장을 마련한다는 건 특히
큰 의의가 있습니다.
-한국의 항공산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 서울에어쇼의 내용이 좀 부실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는데요.
<> 이회장 =하루아침에 파리에어쇼같은 수준은 안되겠지요. 때문에 1차적
으로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에어쇼를 보여줘 항공산업에 대한 꿈을 심어
주고 싶습니다.
성인들에게도 에어쇼를 통해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던 항공산업이 한국에서
도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요.
우리나라산업의 중심이 섬유에서 출발해서 기계공업이라할수 있는 자동차
전자 반도체쪽으로 옮겨왔다고 할 때 다음세대를 대표하는 산업은 항공산업
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항공산업은 첨단업종이면서도 의외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 손재주가
비상한 한국인들에게 아주 적합하다고 봅니다.
-5일로 창립 제3주년을 맞는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의 초대회장으로서 정부
당국에 건의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 이회장 =항공산업을 하는데 관련정부부처가 분산돼 어려움이 여간 크지
않습니다.
행정절차가 복잡해서 신속한 사업결정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많고요. 항공
산업을 통괄하는 사업단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하고 있는데 아직 진전이
없습니다.
항공산업진흥촉진법도 아직 미흡한 상태라 많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삼성항공사장이기도 하니 한가지 궁금한걸 여쭙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삼성은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하지 않는 기업"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마따나 항공산업은 "별 돈벌이가 안되는 비즈니스"인데
왜 뛰어들었는지 궁금해서...
<> 이회장 =사실 삼성이 항공을 하기로 한데는 숨은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원래 그룹창업자인 이병철회장은 3가지 사업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고리대금업과 물장사,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살상과 관련된 사업이 그것들
입니다.
때문에 처음엔 방위산업도 외면했습니다. 그러나 월남이 패망하는 것을
목도한 이회장이 직접 청와대를 찾아가 방위산업에 참여하겠노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뒤늦게 참여하는 만큼 가장 어려운 업종을 맡겨 달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삼성이 항공산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 정리=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5일자).
중국과 공동으로 개발을 추진중인 1백석급 중형항공기사업은 그 첫번째
디딤돌이다.
한중항공업계는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기술파트너선정등을 논의키 위한
실무회의를 서울에서 갖는등 사업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말께 기술파트너(제3 협력선)가 결정되면 항공국책사업이 그야말로
본격화될 모양이다.
내년 10월21일 1주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서울 국제에어쇼도 항공산업발전
의 모티브가 될게 분명하다.
서울에어쇼에는 이미 보잉 맥도널더글러스(MD) 에어로스페셜 등 미국
러시아 프랑스등 세계 20여개국에서 유수의 항공기 제조업체 1백50여개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돼있다.
관람객만 60여만명이 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사 유화선산업1부장과 심상민기자는 5일로 창립 세돌을 맞는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이대원회장(삼성항공사장)을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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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유화선 < 산업1부장 > ]]]
-이번 한중중형항공기 서울회의에 온 외국 손님들을 맞느라 바빴겠습니다.
회의결과는 만족할만 합니까.
<> 이회장 =AVIC(중국항공공업총공사)쪽 사람들과 만나 미국과 유럽
컨소시엄이 제출한 사업의향서내용을 집중검토했습니다만 결과는 좀더
두고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기술수준에 대해 자세한 검토를 해봐야지요. 중국과 어떻게
공동보조를 취하느냐하는 문제도 다 해결된게 아니고요.
-그렇지만 이회장의 머리속에 어느정도 결정돼 있는것 아닙니까. 중형
항공기사업의 제3협력자는 바로 이 회사로 해야겠구나 하고 짐찍어 둔데가
있을 것만 같은데요.
<> 이회장 =아직 없습니다. 기술이전에 관한 조건이라든지 여러 사항들을
포함해 사업의향서의 전체적인 내용을 좀더 검토해봐야 합니다.
예컨대 설계에 관한 기술 인증문제등에 대해서 도와주겠다는 정도의 의사
표명을 해온 쪽이 있는가 하면 완전책임을 지겠다는 식으로 적극적인 공세를
펴는 쪽도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나오면서도 항공전자부문같은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기술이전을
꺼리는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미국과 유럽중 점수를 더 주고싶은 곳이 있을텐데요. 중국관영
영자지인 차이나 데일리 비즈니스를 보니까 미국 보잉사와 에어로스페셜
다사 등 유럽컨소시엄이 중형항공기 개발 경험이나 기술이전 의지면에서
대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던데요.
<> 이회장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술 수준이나 마케팅 능력면에서는
보잉이 단연 앞서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한테 좋은 기술파트너가 과연 어느 쪽이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컨소시엄은 부분적으로 각기 다른 조건들을 내걸고
있습니다.
유럽 컨소시엄은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지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제3의 기술파트너에 20%의 지분을 내주기로 한 원칙을
변경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 이회장 =중국과 합의한것은 "20%내외"지 딱잘라 20%라고 선을 그어놓은
건 아니었습니다.
추가적으로 5%정도는 더 주거나 덜 내줄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MD)도 사업참여를 희망하고 있지만 지난번
무궁화호 위성발사를 제대로 못해내 파트너로 선정되기는 힘들다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 이회장 =MD의 맥도널회장과 지난달 만났습니다만 아직 사업의향서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지는 못했습니다.
사실 지난해초 삼성항공은 MD에 MD-95(95석급 중형기)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제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MD는 거절했었지요. 그러다 뒤늦게 한중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MD는 KFP(한국형전투기사업)기종이 F-16(록히드사)으로 선정되면서 탈락한
이후 한동안 한국과 멀어져 있다가 한중프로젝트를 계기로 관계를 회복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걸로 보면 됩니다.
한국 사무실도 다시 낼 계획이라고 합디다.
-외국의 유수 항공업체들이 한중프로젝트에 이다지도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며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 이회장 =세계적으로 항공산업이 정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 알다시피
항공산업은 크게 민수용과 군수용으로 나뉩니다.
그런데 국제적인 긴장완화 추세로 각국 정부가 군수용부문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항공산업전체가 위축되고 있지요.
게다가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가 최근 몇년동안 뒷걸음질치는 바람에 항공
산업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뭔가 대형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싶었는데 한국과 중국이 그런 사업을
벌인다고 하니 탐을 내게된 것이지요.
더욱이 21세기는 환태평양(Pacific Rim)시대가 될게 뻔하고 그렇게 되면
동남아에서 항공기 수요도 급증할테고...
이런 분위기속에서 한국이 항공기산업을 육성하겠다는 프로그램을 내놓고
중국이 엄청난 시장을 무기로 항공산업에 뛰어든다하니 서방측이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요.
-중국은 왜 자국중형기시장을 일본이 아닌 한국과 손잡고 개발하려고
하는 걸까요.
<> 이회장 =중국의 강택민주석 이붕총리등과 만난 적이 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일본의 참여를 반대하고 있더군요.
아마도 과거 일본과의 불행한 역사가 중국인들의 뇌리에 작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그들을 만나면 한국도 일본으로부터 당한 불행한 역사가 있지
않으냐고 되묻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렇게 보면 보잉은 한중중형기개발 파트너로서 감점을 받을수도 없겠지요.
일본과 공동으로 항공기개발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니까요.
-구미에서 제3의 기술파트너를 고르는 일 이외에 아시아권에서 제4의
협력자도 선정키로 했다지요.
어떤 나라가 유력한 후보입니까.
<> 이회장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인도 등이 후보국가들입니다. 이들 나라
와는 비공식적인 접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중 교통의 중심지인 싱가포르도 항공기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유력한
후보리스트에 올라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간에 중형기개발합작회사의 소재지와 최종조립생산기지를
어느나라에 둘것이냐 하는 문제등에 관해 이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 이회장 =최종 조립기지를 어느 나라에 두느냐는 협상이나 논의대상이
아닙니다.
한중중형기사업은 한국에 최종조립장을 둬야 한다는게 전제입니다. 이는
중국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이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는 에어버스를 모델로 삼는다면
어떻습니까.
<> 이회장 =경제성으로만 본다면 조립장을 일원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중형기 프로젝트에서는 경제성보다는 항공산업을 육성한다는 의미가
더욱 큽니다.
최종조립장이 없으면 우리로서는 한중중형기사업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설계와 최종조립에 관한 기술을 전수받을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기껏해야 부품생산에 만족해야 하는데 부품생산은 지금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기술축적이 중요하다지만 일단 사업인이상 채산성도 맞아야
할텐데요.
언제쯤 예상 손익분기점을 넘길수 있을까요.
<> 이회장 =항공산업은 다른 업종과 달리 경제성이 아니라 "방위력"이라는
요인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방위력증강을 위해 착실히 기술을 축적하다보면 수익성도 따라 붙는
것이지요.
2차세계대전때 미국공군이 보유했던 대형폭격기 B-29가 전쟁후 개조돼
유명한 민수여객기인 B-747기가 된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미국으로서는 별도의 초기 투자없이 군수용기를 민항기로 바꿀수 있었던
셈이지요.
이처럼 항공산업에 있어서 군수와 민수는 칼의 양날과 같은 것입니다.
선진국이나 중진국 가릴것 없이 국가가 항공산업을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겁니다.
미국만 봐도 주요 항공회사의 땅과 건물들은 대부분 국가소유입니다.
국가가 항공산업을 의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항공산업은 현대기술의 총화이기 때문에 산업전체의 발전과 시너지효과를
달성하는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지요.
항공전자와 같은 모든 첨단기술을 집적할수 있거든요. 돈과 시장등 당장의
경제성에만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렇게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하는 산업이라면 개별업체들로선 여러가지
고층이 많이 따르겠군요.
<> 이회장 =고층이야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국내 항공업계는 너무
난립돼 있는 상태입니다.
세계적으로도 1국 1항공사 추세가 보편적입니다. 각 공정별 전문화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서둘러야할 것으로 봅니다.
-정부가 고정익 회전익(헬리콥터)비행기엔진등으로 기업들을 전문화한다는
방침을 세운건 그런 이유때문 아니겠습니까.
<> 이회장 =고정익과 회전익 엔진등이 결코 분리된 산업이라고만 볼수는
없습니다.
규모와 치공구등에서만 차이가 있을뿐 하나의 공정으로 묶을수 있는 성격
입니다.
회전익따른 고정익따로 분리해서 수평적인 계열화를 하겠다는 것은 12인치
텔레비전과 20인치 텔레비전을 따로 생산하라고 강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보다 과감한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말씀인가요.
<> 이회장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겠지만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과거처럼
정부가 방위산업(항공산업) 손익을 보전해 줄 때와는 다릅니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서울 국제에어쇼는 준비가 잘 돼가고 있습니까.
<> 이회장 =지난달에 비로소 결정돼 이제 막 실무적인 준비에 들어
갔습니다.
서울에서 국제적인 에어쇼를 개최한다는 것은 국가로서나 항공업계로서나
획기적인 일입니다.
세계의 유수한 항공회사들과 기술상담을 벌이는 장을 마련한다는 건 특히
큰 의의가 있습니다.
-한국의 항공산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 서울에어쇼의 내용이 좀 부실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는데요.
<> 이회장 =하루아침에 파리에어쇼같은 수준은 안되겠지요. 때문에 1차적
으로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에어쇼를 보여줘 항공산업에 대한 꿈을 심어
주고 싶습니다.
성인들에게도 에어쇼를 통해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던 항공산업이 한국에서
도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요.
우리나라산업의 중심이 섬유에서 출발해서 기계공업이라할수 있는 자동차
전자 반도체쪽으로 옮겨왔다고 할 때 다음세대를 대표하는 산업은 항공산업
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항공산업은 첨단업종이면서도 의외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 손재주가
비상한 한국인들에게 아주 적합하다고 봅니다.
-5일로 창립 제3주년을 맞는 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의 초대회장으로서 정부
당국에 건의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 이회장 =항공산업을 하는데 관련정부부처가 분산돼 어려움이 여간 크지
않습니다.
행정절차가 복잡해서 신속한 사업결정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많고요. 항공
산업을 통괄하는 사업단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하고 있는데 아직 진전이
없습니다.
항공산업진흥촉진법도 아직 미흡한 상태라 많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삼성항공사장이기도 하니 한가지 궁금한걸 여쭙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삼성은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하지 않는 기업"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마따나 항공산업은 "별 돈벌이가 안되는 비즈니스"인데
왜 뛰어들었는지 궁금해서...
<> 이회장 =사실 삼성이 항공을 하기로 한데는 숨은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원래 그룹창업자인 이병철회장은 3가지 사업만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고리대금업과 물장사,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살상과 관련된 사업이 그것들
입니다.
때문에 처음엔 방위산업도 외면했습니다. 그러나 월남이 패망하는 것을
목도한 이회장이 직접 청와대를 찾아가 방위산업에 참여하겠노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뒤늦게 참여하는 만큼 가장 어려운 업종을 맡겨 달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삼성이 항공산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 정리=심상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