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초 팩형 게임기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대폭 인상한뒤 16비트이하
재래 게임기수요가 급감, 일부 업체가 생산을 중단하는등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반면 컴팩트 디스크형의 32비트짜리 멀티미디어 게임기 수요는 빠른
속도로 성장, 팩형 시장에 치중해온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32비트 게임기
사업에 뛰어들기로해 그동안 LG전자가 독주해온 멀티미디어 게임기시장에서
치열한 3파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7월말까지 16비트이하 팩형 게임기의 국내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천7백대가 줄어든 7만6천3백대를 기록,
국내에 게임기가 본격 도입된 80년대이후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8비트 게임기시장의 경우는 이 기간중 판매량이 1만5천대로 작년
동기(3만7천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급락, 팩형 게임기시장
침체의 주요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8비트 게임기를 생산해온 현대전자와 해태전자가 최근 이
시장에서 철수, 대기업중에선 삼성전자만이 유일한 생산업체로 남아있는
상태다.

이처럼 팩형 게임기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올초부터
팩형 게임기를 단순 오락기기로 재분류, 1.5%였던 특소세율을 15%로 대폭
인상하면서 교육세등의 인상이 따라붙어 판매가가 19.8%나 오른게
주요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LG전자가 "3DO"란 제품을 단독 공급하고 있는 32비트 게임기는
올들어 처음 시판된이래 7월말까지 4만7천대(LG측 집계)가 팔리는등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팩형 게임기산업이 위축되자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세율(7.8%)
적용이 낮고 기능도 다양한 멀티미디어 게임기시장 진출을 앞당기기로
결정, 삼성의 경우 일본 세가사와 제휴해 오는 10월부터 컴팩트 디스크형
32비트짜리 "새턴"을 시판키로 했다.

삼성은 "새턴"을 우선 세가사로부터 반조립상태(SKD)로 들여와 생산하되
일부 부품을 국산화해나가는 한편 하드웨어의 자체 생산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도 일본 닌텐도사로부터 "버철보이"를 들여와 32비트에 진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