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임경순 저
출판사 : 민음사 간
20세기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과학자들이 참여한 시기이다.
그렇게된 이유로는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예전의 과학이 대개 혜택받은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20세기의 과학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논의가 전문가들 사이에 어지럽게 오갔고, 그 결과
현대 과학은 상상을 뛰어넘는 발전을 이루었다.
바로 이 점이 20세기의 과학에 대한 비전문가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동안 쏟아져나온 20세기 과학에 대한 책들중 우리의 실정에 맞는
책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나마 괜찮다 싶으면 외국학자들의 것일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만큼 우리의 현재 상황은 무척이나 열악한 편이다.
비전문가들의 현대 과학에 대한 관심은 전문가들의 세세하고 전문적인
논의에 쏠려있는게 아니다.
차라리 현대 과학의 계보를 나름대로 머리속에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현대 과학의 커다란 흐름을 보고 현대 과학이 말하는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자 한다.
임경순의 "20세기 과학의 쟁점"은 이런 까다로운 주문에 잘 들어맞을
책이다.
기존의 현대 과학을 소개하는 책들은 산을 보자면서 산을 제대로
그려내주지 못했거나 산의 일부만을 보여주었다.
임경순의 "20세기 과학의 쟁점"은 바로 이 점에서 아주 훌륭하다.
임경순은 철저히 커다란 산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20세기(물리)과학이 발전돼 온 과정을 그 배경에서부터 산업화
되는데 까지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과학에서 이론과 실험은 동전의 앞뒷면을 생각나게할 만큼
밀접하다.
이 책의 앞부분은 20세기의 이론적(물리)과학이 성립되는 과정을,또
뒷부분은 이론 과학을 받쳐주는 실험 과학의 전개과정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돋보이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분량으로 그 엉클어진 과정을 조리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어려운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저자가 우리의 현실을 꿰뚫어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20세기의 과학에서 익숙하게 들리는,그러나
비전문가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일 이론적 논의에 대한 "아하 그랬구나"
하는 과학사적인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아마도 그런 과학사적인 이해는 다가서기 어려운 과학을 한결 친근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찬란했던 20세기가 슬슬 마감되는 마당에 20세기의 과학이 여전히,그리고
계속해서 겉돌게 놔두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분명 아주 좁은 영역에 집착하게 되는 전문가들은 일반 대중의 과학에
대한 이해에 대해 무관심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문 과학자들이 20세기 과학을 조망하고 자신의 작업이 대체
어디쯤 놓이게 될는지를 아는데 이 책은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비전문가들은 사실 그 어려운 논의를 몰라도 사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
그렇지만 금세기를 과학의 세기라고도 부르는 마당에 과학이 우리와
별개의 것으로만 머무르게 하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바로 이 책은 20세기 과학을 아는데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물론 이 책으로 20세기의 과학을 다 알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과학에 관심을 갖는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전반적인
조망을 할 수 있을거고 나아가 더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은진 < 성균관대 강사/과학철학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