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95년 2.4분기 국내총생산(잠정)"은 우리나라
경기가 연착륙과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의 경기진정책이 어느정도 약효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기호조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기양극화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어느때보다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반기중 GDP성장율 9.6%는 당초 한은이 예상했던 10.0%보다는 낮은 수준
이다.

1.4분기성장률(9.9%)을 웃돌 것으로 보여졌던 2.4분기 성장율 9.6%에
그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은은 올 연간 성장율도 당초 추정했던 9.2%에서 9%내외로 수정
전망했다.

"9%내외"란 표현은 8%대의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예상보다는 낮다해도 9.6%의 성장은 지난 91년 상반기(10.0%)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간 전망치인 "9%내외"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로 여겨지는 7%를 크게
넘는 수준이기도 하다.

정웅진 한은조사2부장은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경기의 역동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특별한 외부충격이 없는한 경기는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우리 경제성장의 기본 축인 수출과 설비투자가 여전히
높은 신장세를 보인다는데 있다.

상품수출은 엔화강세와 수출공급능력확대등에 힘입어 25.3% 성장했다.

이는 지난 88년 1.4분기(25.5%)이후 가장 높은 수출증가율이다.

설비투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중 선박과 항공기도입의 큰 폭 감소로 운수장비에 대한 투자는
마이너스의 성장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선방송과 지역민간방송에 대한 투자가 일단락되어 통신기기에
대한 투자증가세가 크게 둔화됐음에도 산업용운반기계 컴퓨터관련기기
화확기계등 산업용기계류에 투자가 계속 호조를 보여 기계류투자증가율은
무려 29.1%를 나타냈다.

게다가 지난 1.4분기까지 급증추세를 보인던 민간소비도 둔화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가소비지출증가율은 1.4분기 8.7%에서 2.4분기에는 8.1%로 줄어들었다.

물론 이런 수치들은 "성장세가 서서히 둔화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게
한은의 평가다.

그러나 이같은 "연착륙"기조에도 불구하고 성장내용을 뜻어보면 부실의
흔적이 적지 않다.

우선 중화학공업은 활황이 이어지는데 경공업은 침체를 면치 못하는
양극화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2.4분기중 제조업 성장(11.1%)은 중화학공업의 성장율이 14.8%에 이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경공업의 경우 불과 0.9%의 성장에 그쳤다.

2.4분기 경공업성장률은 지난 93년 2.4분기에 마이너스 4.3%의 성장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무제품과 인쇄.출판등은 호조를 보였으나 음료품과 의복의 생산증가율이
크게 둔화된데다 신발 섬유 및 피혁제품등의 수출부진때문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선 "중화학공업=대기업"과 "경공업=중소기업"의 등식이 성립
한다.

경공업의 부진은 결국 중소기업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올들어 중소기업들의 부도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이를 반증해준다.

한은은 지난 상반기까지만해도 중화학공업의 경기호조가 계속될 경우
경공업도 그 과실을 함께 딸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럴 조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다.

구두선이 아닌 실체가 있는 중소기업 대책이 절실하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고 있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