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열린 판화미술제에서는 독특한 모양의 스카프가 선보여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중견판화가 김상구씨의 판화작품을 실크에 그대로 찍어낸 이 스카프는
스카프이자 판화작품인 셈이다.

이 "판화스카프"는 미술품을 응용한 문화상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 미술품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상품들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미술품에 대한 욕구가 크게 증대됨에 따라
이를 충족시키기위한 방안의 하나로 다양한 형태의 미술품을 응용한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미술품을 이용한 기존의 문화상품은 고서화 복제품 정도.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우리 전통회화를 일반에게 널리 보급하기위해
지금까지 90여종의 국보급 고서화를 복제, 판매해 왔다.

국립박물관 호암미술관등 공사립박물관의 대표적 작품을 한정수량 복제,
저렴한 가격으로 보급해온 형편이었다.

최근 선보인 미술품을 이용한 새로운 문화상품중 가장 빨리 대중화되고
있는 것은 아트포스터.

소득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값비싼 원화를 살수 있는 계층은
극히 제한돼 있는 상태.

따라서 싼값에 원화의 감동을 느끼며 집안도 장식할수있는 아트포스터가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아트포스터는 주로 전문업체에서 제작,대형서점이나 대규모 전시장 또는
특정매장에서 판매하며 그림의 종류도 외국 유명작가에 국한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 화랑들이 직접 제작에 나서 국내 유명작가들의
아트포스터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아트포스터가 이처럼 인기를 끌자 기존에는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어 왔으나 이제는 웬만한 중견작가들도 개인전을 열면서 아트포스터를
따로 제작, 일반에게 판매하는등 문화상품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개관전으로 "자연으로부터.10인초대전"을 개최한 갤러리2020 대표
이제훈씨는 "아트포스터가 각광을 받고있어 백순실 박남철 박일용 주태석씨
등 초대작가들의 출품작들을 아트포스터로 만들어 원화를 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몇만원대의 싼값에 보급,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고 말했다.

아트포스터와 함께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개발된 것이 복제판화.

아트포스터가 말 그대로 원화를 복제한 포스터에 불과한 반면 복제판화는
실제 작품과 다름이 없다는 장점 때문에 애호가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대부분 작고 작가의 작품을 유족의 허락을 얻어 한정판으로 찍어내
일반에게 판매하는 형태.

따라서 애호가들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 평소에는 엄두도 내지못하던
굵직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유할수 있어 역시 반응이 좋다.

지난 5월 박수근전을 열면서 처음으로 복제판화를 선보였던 현대화랑은
옵셋판화를 장당 4만~5만원에 판매한바있다.

현대화랑대표 박명자씨는 "미술의해를 맞아 미술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하고"생각보다는 훨씬 반응이 좋아 오는 25일부터
열릴 화랑미술제에도 복제판화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뉴미디어붐을 타고 CD롬등 미술품과 첨단산업을 결합한 문화상품들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작품 자체로만 머물러있던 미술품들이 새롭게 응용돼 영역을 크게 넓혀
가며 어엿한 상품으로 발돋움하고 있는것.

이러한 작업은 특히 미술계의 국제경쟁력 강화는 물론 컴퓨터세대인
젊은층의 호응을 얻을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성도 매우 밝아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CD롬화집등 다양한 형태의 관련 상품들이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93년 미술평론가 정영목씨(서울대교수)가 낸 "서양미술사"를 필두로 올해
들어 변종하 박수근 김환기화백의 작품과 작품세계를 수록한 CD롬 타이틀이
나왔다.

CD롬화집 전문제작업체인 (주)다인테크 멀티미디어사업본부장 이인홍씨는
"CD롬은 비교적 낮은 가격과 방대한 정보저장량, 보관의 용이성 등 장점이
많아 미술과 멀티미디어를 접목,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작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고 "미술관련 아이템이 무궁무진한 만큼 이러한
작업이 더욱 활기를 띨것"이라고 내다봤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