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8월들어 주식시장은 1일과 9일 단 이틀만 올랐을뿐 줄곧 하락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한때 9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에따라 투자심리선은 8%를 기록하는 초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증시의 최대악재는 엔화약세현상이다.

엔화는 이날 1달러당 98엔대까지 밀렸다.

풍부한 시중자금사정에 힘입어 이날 회사채수익률이 12%대로 진입했지만
엔화약세로 위축된 투자심리는 살아날 줄을 몰랐다.

엔저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하반기실적이 악화되면서 경기연착륙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증시를 뒤덮었다.

엔화약세현상은 당장 주도주의 순환을 막으면서 주가약세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엔화약세현상만 없었다면 이미 실적이 주가에 많이 반영됐다고는 하지만
반기실적이 크게 좋아진 대형제조주들이 최근 많이 오른 금융 보험 건설 등
''신트로이카주''를 대신해 상승세를 탈 수도 있었다.

실제로 엔저현상은 수출 주도기업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경제연구소 이연호연구위원은 ''엔저현상이 1~2개월 진행되다 끝난다면
일부 수출관련기업들 외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엔저가 장기화되면서
기조로 정착될 경우에는 경기연착륙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연구위원은 최근 급속한 엔저현상은 지난 3~4월에 가파르게
진행됐던 엔고에 따른 반락으로 보인다며 올연말이나 내년초엔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점도 장세를 취약하게 하고 있다.

투신은 미매각 수익증권때문에 더 팔아야할 주식물량이 5천억~6천억에
이르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도 주식보유규모가 크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만이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아직은 관망세다.

물론 회사채수익률이 이날 12%대로 하락함으로써 기관투자가들이 점차
채권에서 주식쪽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은 커졌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당장은 주가 반등국면이 나타나더라도 물량을
축소하는 기회로 보고 있어 ''금리하락 = 주가상승''이란 등식이 성립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따라 증권전문가들은 4/4분기쯤에나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대우증권 유근성투자분석부장은 ''추석자금수요기를 앞두고 있어 당분간
종합주가지수 900선 전후에서 주가가 오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블루칩은 더 하락하고 은행 증권 등 비제조주들은 상승하면서 지수는
크게 빠지지도 오르지도 않는 장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신용만기물량이 9월에 집중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상승세를
점치기는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정종렬상무나 교보생명 조항원이사는 3/4분기후반기의 주식시장에
대해 더욱 비관적이다.

이들은 ''신트로이카''주식들도 많이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종목과 대형제조주들이 충분히 하락해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아래서
바닥을 확인한 다음 상승세를 타게될 것같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조이사는 ''산업생산활동동향이 지난 1/4분기이후 계속 하락세인 점등을
고려할 때 경기가 지난 1/4분기에 이미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이사는 경기 소순환은 끝났지만 경기중기순환이 오름세이고
다음 소순환의 상승국면이 96년초 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여 올 4/4분기부터는
주식시장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태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