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발표한 "중소사업자에 대한 금융지원대책"은 그동안 제도
금융권의 수혜대상에서 소외당해 왔던 영세제조업체와 비제조업소에 금융
기관접근의 길을 열어 주었다는데 의미를 둘수 있다.

그동안 경기활황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소기업은 경기양극화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온 게 사실이고 재래시장의 상인들은 대형할인점 등장등의
가격파괴 바람으로 설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점을 감안하면 어떻한
형태로든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었다.

특히 사회적(비경제적)인 이유로 특정업종에 사용되는 부동산은 가치가
충분해도 담보로 잡아주지 않아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어오기도 했다.

영세 제조업의 가장큰 어려움은 담보부족 이었고 유통업체등 비제조업소들
의 불만은 대출제한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상당히 획기적인
변화라할수 있다.

은행등 금융기관들도 특정분야엔 자금을 대출해주지 못하게 하고 어떤
물건은 담보로 잡지도 못하게 하는 "족쇄"가 상당부분 풀어졌다는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용도 보다는 수익을 따라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는
평가다.

재경원 관계자도 "유흥업소도 생계를 유지해야 국민이고 세계에 우리처럼
특정부문엔 자금을 대주지 못하게 하는 나라도 없다"고 설명하고 보면
방향은 바로잡았다는게 중론이다.

문제는 비제조업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제조업에 대한 자금지원 여력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담보를 제한해와 유흥업소용 건물의 담보가치가 상당히 누적돼
있고 높은 금리로도 자금을 쓰려는 업주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제조업 쪽으로
갈 자금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중소기업금융 전담은행이 비제조업에 대출하는 금액은 앞으로는
제조업의무대출 비율 상정대상 대출에서 제외시켜 주기로 했다.

제조업대출액을 종전보다 늘리지 않아도 비율은 높아질 수 있게 된 셈이다.

물론 정부는 상호신용금고에 대해선 여신금지업종에 대한 여신총액을 자기
자본범위내로 제한, 앞으로 1조원정도 밖에 늘지 않게 될 것이고 제조업
대출비율 자체가 계속 유지돼 제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보증기능을 크게 강화시켜 놓았기 때문에 혜택은
계속 늘어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여건 변화에 대응해 한계업종의 사업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접근은 뒤로 하고 우선 "돈"을 풀어 애로를 해소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이번 조치 역시 선심성 긴급수혈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이와함께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있을 지와 신용보증
능력이 따라 줄지도 의문이다.

은행의 지원재원은 "알아서" 마련토록 했고 신용보증기관의 보증한도는
이미 만수위에 이르러 있기 때문이다.

재경원은 하반기에 총통화를 15조정도 풀수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에
통화채중도환매로 은행의 자금마련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를 기본재산의 15배에서 20배로 늘려 5조원의
보증여력이 더 생기기 때문에 보증여력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영세기업은 부도등 사고위험이 높고 실제로 신용보증기관의
대위변제율도 높아 보증기관의 재원을 빠른 속도로 잠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보증한도를 늘려 주어도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결국 이번 조치는 영세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뒷전으로 했다는 점에서
보다 장기적인 안목의 보완책이 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상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