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불사조)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전거 브랜드이다. 미국에서
코카콜라가 유명하듯 중국에서는 피닉스가 유명하다. 우리는 피닉스가
코카콜라 못지않게 유명한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

지난해 500만여대의 자전거를 생산, 100만대를 수출한 중국 국영 자전거
회사 상해피닉스자전거의 구지씨앙 총무부차장의 말이다.

피닉스 사원들이 이 정도의 긍지를 갖는 것은 지나치지 않다.

세계최대의 자전거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마크하고 있는 기업이 피닉스이기
때문이다.

인구 12억의 중국에는 2.6명당 1대꼴로 자전거가 보급돼 있다.

연간 수요는 3,000만대.

이 가운데 400만여대를 피닉스가 공급한다.

하지만 피닉스는 지금 날개를 펴지 못한채 움츠리고 있다.

중국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면서 자전거 대신 스쿠터나 오토바이를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도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엔 스쿠터를, 올해는 오토바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생산량이 많지 않다.

시장참여 시기도 경쟁사들에 비해 한참 늦었다.

중국은 지난 93년에 이미 세계 최대의 오토바이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피닉스는 지난해 533만대의 자전거와 2만대의 스쿠터를 생산했다.

2000년도 생산목표는 자전거 550만~580만대, 스쿠터 15만대, 오토바이
20만대이다.

스쿠터와 오토바이 생산이 늘어나긴 하지만 시장변화 추세에 비춰보면
제자리걸음이나 다름없다.

경쟁사인 지안세의 경우 지난해 이미 80만대의 오토바이를 생산, 중국
2위의 오토바이업체로 탈바꿈했다.

수요 고급화 추세도 피닉스가 따라잡기 어려울만큼 빠르다.

산악자전거를 찾는 이가 부쩍 늘어난 것도 일례이다.

요즘엔 피닉스의 본거지 상해에서조차 "피닉스 제품은 구식이다"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패션이 고급스런 대만제 "자이언트" 자전거가 수입되면서 피닉스가
밀리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피닉스는 차제에 부가가치가 더 높은 오토바이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중국 오토바이 수요는 93년에 70% 급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55% 증가,
500만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피닉스의 오토바이 사업은 시험생산단계에 머물고 있다.

선발업체들을 추격하기엔 돈도 없고 기술도 부족하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피닉스는 외국회사와 합작회사 설립을 협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해시가 오토바이업체 신설을 철저히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피닉스는 상해 지하철 2호선이 개통되는 97년께야 합작회사 설립을 승인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닉스가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국영기업
특유의 비효율적인 경영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 주식의 62%는 국가가 소유하고 있고 28%는 외국인, 10%는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다.

물론 피닉스가 당장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7억8,000만원(한화 1,620억원)의 매출에 1억원(한화
92억6,000만원)의 세후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상해증권시장의 전문가들은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피닉스가 "멀잖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한다.

상해증시에서 피닉스의 주가는 외국인들이 살 수 있는 B주의 경우 93년11월
주당 0.405달러에 상장된뒤 94년 한때 0.918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사업전망이 흐려지자 지금은 0.19달러대로 떨어졌다.

피닉스가 세계적인 자전거 브랜드로 발전하고 이 회사의 주가가 다시
치솟을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