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 "라이온킹"은 비디오 발매 2달만에 미국에서만
2,700만장 넘게 팔렸다.

가격을 장당 26달러(2만원)으로 가정할때 최소한 7억달러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화제속에 개봉돼 전세계적으로 7억2천만달러의 극장수입을
얻은것과 맞먹는 수치다.

판매용(셀스루)시장제대로 형성돼있지않은 국내에서도 12일부터
판매에 들어가 22만장이상 판매됐다.

단 한편의 비디오를 통해 비디오시장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뿐
아니라 영화산업에서 파생된 비디오산업이 전체 영상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적지않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현재 국내 비디오시장은 약1조2,000억원 규모.제작.유통사 매출액
2,800~3,000억원과 2만5,000여개에 달하는 전국의 비디오대여점
매출 8,000~9,000억원을 합친 액수로 영화시장 규모의 2배에 달한다.

80년대 초반 일부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돼던 VCR이 80년대말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비디오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왔다.

현재 국내 VCR 보급대수는 전체가구의 80%에 육박하는 700~800만대
수준으로 90년대 초반을 전후로 보급이 거의 완료된 상황이다.

제작.유통사의 매출액 기준으로 90년초 1,000억원 가량이었던 비디오
시장규모는 92~93년 연2,700억 시장으로 불과 1~2년사이에 200% 가까이
급성장했다.

그러나 현재 비디오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영화에서 파생된 1차적인 산업인 비디오산업은 그 특성상 VCR 보급이
완료된 현실에서 자체적인 수요확대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오히려 모체인 영화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대해야하는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있다.

두차례의 전환기를 겪었던 국내 비디오업계는 현재 세번째 판도변화
국면을맞이하고있다.

중소프로덕션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하던 80년대 중반을 전후로
SKC, 스타맥스등 대기업계열사의 업계 진출이 첫번째 시장변화였다면
폭스 CIC 콜럼비아 브에나비스타(월트디즈니)등 외국의 대형영화사가
직배를 본격화한 90년대 초반을 두번째 재편기로 볼수있다.

그후 92~93년을 전후로 우일영상 스타맥스등 7대 메이저사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분할돼왔던 비디오시장은 최근 삼성그룹이 그룹내 영상사업을
통합하는 "영상사업단"신설을 발표함에 따른 또한번의 회오리바람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이러한 외적인 상황과 별개로 비디오업계의 최대 현안은 비디오판권의
확보다.

미 메이저급 영화사가 만든 흥행물의 판권 확보는 곧 비디오시장의
주도권 장악을 의미한다.

80년대 후반까지 비디오시장을 분할했던 중소프로덕션의사양화는
사실 할리우드 대작영화의 판권확보에 실패에 기인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이들 업체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판권료를 감당할수
없었고 이는 곧 도태로 나타났다.

한 예로 약350만달러에 수입된 것으로 알려진 "스타게이트"의 경우,
비디오 판권료는 수입가의 10%을 가정할때 35만달러(2억6천만원),
30% 일때 105만달러(7억9천만원)에 이르지만 웬만한 자금력으로 이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95년 상반기 비디오시장에서 10만개 넘게 판매된 빅히트
상품이 "모래시계" "트루라이즈" "쇼생크탈출" "포레스트검프"등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판권료는 적지않은 부담이다.

그속에서 할리우드 흥행물이 아니면 인기를 얻지못하는 국내 비디오
시장 판도가 비디오회사들을 소수의 인기영화의 판권확보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게하는 이유다.

여기에 미메이저영화사의 비디오 직배가 늘어나면서 국내 비디오사
들이 이들 직배사의 유통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배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도 국내 비디오산업의 또다른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일영상(대우)과 유통계약을 맺은 폭스 콜럼비아, 새한미디어와
CIC(UIP영화사), SKC와 워너, 스타맥스와브에나비스타등이 이같은
계약을 맺고있는 경우로 판매를 대신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갈수록 직접배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영화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비디오산업의 한계를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또 미국의 대형 비디오유통망인 블록버스터의 국내진출이 가시화되면서
비디오 유통시장 자체에 크다란 변수로 등장하고있다.

전세계적으로 4,000개의직영.가맹점포를 운영하며 연2조원의 매출을
기록하고있는 블록버스터의 국내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그러나 블록버스터의 국내 상륙에 대한 시각은 양분되고있다.

현재의 소매시장에 일 돌풍을 염려하는 시각과 함께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비디오문화가 다른 한국에서는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는 것.

결과가 어쨌건 현재의 과당경쟁에 처한 비디오대여점들이 수적인
조정은 물론 매장의 확대및 체계적인 관리방식을 도입케 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않다.

이러한 시장내적인 현안과 함께 등장한 또다른 문제는 시장외적인
상황이다.

멀티미디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VCR을 대체할 미디어에
대한연구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업계의 대응전략이 관심사로 떠오른 것.

90년대 들어 일기 시작한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LDP)열풍은 진정된
상황이나 비디오CD와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술적인 제약과 표준규격에 대한 미합의등으로
시장성이 불투명한 상황.

70정도의 분량밖에 동화상을 담을수 없는 비디오CD와 과거VCR시장에서
VHS방식과 베타방식이 경쟁을 벌였던것 처럼 일도시바와 소니사가
표준규격을 둘러싸고 경쟁중인 DVD시장에서 어느한쪽을 선택해 사업에
착수하기가 곤란한 형국으로 당분간은 탐색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의 비디오산업과 관련, 우일영상 김교문이사는 "비디오업계의
최대 현안은 단연 판권확보지만 당분간은 판매용시장의 확대를 통해
국내비디오시장 규모를 다소간 늘릴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디오보급 문화가 비슷한 일본의 예를 비추어봐도 전체시장의 10%정도
까지 판매용마켓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향후 2~3년내에 500~600억원 규모의 판매용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는 비디오업계는 우일영상 SKC 폭스비디오 브에나비스타등을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영화산업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한 비디오산업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스스로 마련해야하는 현실에서 단기적인 대안으로
판매용시장의 확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