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회사 직원의 차가 이렇게 지저분해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모두
클린 카운동에 참여합시다"

기아그룹은 지난6월 사내방송 KBC를 통해 이런 멘트와 함께 세차를
제대로 안해 흑먼지를 뒤집어쓰고있는 직원들의 지저분한 차을 화면으로
비추었다.

김선홍회장의 특별지시에 따른 사내방송의 "클린-카"이다.

삼성그룹은 한술 더 뜬다.

켐페인성 프로 뿐만아니라 고발성 프로까지 곁들이고있다.

오후 4시가 넘어서도 사무실에 남아있거나 화장실등에 숨어서 담배피는
모습을 방영하는등 신경영의 일환으로 도입한 "7-4제"나 금연운동의
이행여부를 점검하기도한다.

대기업들의 사내방송이 이처럼 회사소식을 전하는 차원을 넘어
"경영혁신의 전파자내지 관리자"로써 새로이 자리를 잡아가고있다.

"전사원이 시청하거나 청취하는만큼 사무환경개선 자주보전활동등
켐페인성 경여혁신에 직원들의 동참을 유도하는 더없이 좋고 특히
잘못된 부분을 시정하는데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삼성물산 임은석과장)

경영혁신에 사내방송을 많이 활용하는 그룹은 삼성. 삼성의 사내방송
SBC는 지난 93년 삼성전자 제품의 불량사례를 적나라하게 들춰내 사내에
충격을 던져준 전력(?)이 있다.

이 프로는 이건희회장이 질경영에 시동을 걸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불량발생시 라인을 세우게 하는 라인스톱제의 시발점도 이 프로였다.

SBC는 지금도 신경영이 이행되지않고있는 장면을 방영하거나 그룹이나
계열사에사 추진하고있는 경영혁신운동을 전파하는 방송을 자주 내보내고
있다.

이건희회장의 해외주재원과 대화내용르 소개한 것도 SBC다.

LG그룹의 사내방송 LGCC도 지난 14일 12분짜리 기획물로 사내보안관리가
불량한 실태를 고발해 경영혁신의 관리자로서 위상을 높혔다.

퇴근시간후 제작진이 트위타워내 각 사무실을 순찰하며 제작한 이
프로에서는 문서검색상태에서 그대로 켜져 있는 PC와 복사기 옆에
방치된 서류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심지어 일부 사무실에서는 극비화일이 담긴 서류함이 열려있는 모습이
찍혀 해당 부서장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프로는 트윈타워내 입주계열사뿐만 아니라 전국 61개 계열사
사업장에 위성송출돼 보안의식을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LGCC가 이 프로를 기획한 것은 그룹의 자체보안진단 결과 사무실
문서보안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지적된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LGCC는 또 지난 4월에는 무질서한 사내 주차행태를 꼬집은 5분짜리
기획뉴스를 내보내 임직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차행태와 관련해서는 기아자동차의 KBC도 최근 통로주차 이열주차등
"얌체족"들을 고발하는 프로를 수시로 방송해 직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기아는 이들 프로그램들을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해 전국의 영업점에도
배포하고 있다.

사내TV방송 뿐만이 아니다.

올해 경영혁신 슬로건으로 "제3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한화그룹은
그룹사보내에 "포커스"라는 화보면을 몰래 카메라로 이용하고 있다.

개혁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는 현장들을 사진으로 고발하는
것이다.

이달치 사보의 경우 "구호는 요란한데 실천은 실종"이라는 제하에
사무실 화장실등의 너저분한 모습을 실었다.

이밖에 (주)선경도 슈펙스 운동을 보다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사내방송
프로그램에 고발성 프로를 포함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는등 대기업들은
사내방송을 경영혁신의 전파자내지는 관리자로 키워가고있다.

물론 경영혁신을 앞세운 사내방송의 고발성 프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우선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또 한 두회 거듭하다 보면 소재빈곤으로 자칫 비판을 위한 비판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의 고발성 사내 언론이 그 촛점을
경영진이 아닌 직원들의 문제점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하의상달식 비판기능이 아닌 상명하달식 비판기능에만 치중돼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대기업그룹 관계자는 "사내방송이 회사발전을 위해 진정한
고발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려면 제작진이 성역없이 취재할수 있도록
허용하는 경영진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