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인트 앤드루스GC (스코틀랜드) = 김흥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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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의 역사가 어떠하건 "각론"이 부실하면 의미가 반감된다.

그러나 세인트앤드루스GC 올드코스(파72)는 그 "각론"역시 역사와
함께 숨을 쉬며 역사를 만들어 내고있다.

올드코스에는 저 유명한 "로드 홀"이 있으며 오직 이곳뿐인 "더블
그린"이 있고 직각의 탈출면엔 사람 키가 넘는 "보이지 않는 벙커"가
볼을 흡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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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홀은 올드코스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로드홀은 올드코스 17번홀(파4.461야드)의 별칭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파4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파4홀",
"세계에서 가장 멋진 파4홀"등 로드홀에 붙는 수식어는 한도 없고 끝도
없다.

로드홀은 "왼쪽-오른쪽-왼쪽"으로 꺾인 "S"자를 뒤집어 놓은 구조이다.

로드홀의 오른쪽에는 수백년전에 만들어진 돌담이 있으며 그 안쪽으로
길게 마차가 다니던 길이 늘어서 있다.

그래서 로드홀로 불리는데 돌담 바깥쪽으로는 세인트앤드루스 최고의
호텔인 "올드코스 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티샷은 올드코스호텔 창문앞을 스치듯 쳐야한다.

돌담을 넘어가면 물론 OB이고 볼이 왼쪽으로 치우치면 억새풀속의
러프가 기다린다.

홀 거리가 길만큼 길기때문에 세컨드샷은 대개 롱아이언으로 해야
하는데 세컨드샷지점에서 보이는 그린은 대각선형태로 누워있다.

그린 전면 가운데는 움푹들어간 모습으로 "로드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로드벙커의 그린쪽 탈출면은 사람어깨만한 높이의 직각형태. 볼이
벙커내 그린쪽에 붙어 있으면 돌아 나올수 밖에 없다.

결국 그린을 향한 샷이 여간 정확하지 않으면 벙커에 빠지거나 튀어
넘어가 그린 뒤쪽의 돌담곁에서 다시 쳐야 한다.

가장 현명한 온그린 방법은 드로를 걸어 그린 입구쪽에서 부터 굴러
올라가는 것인데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따라서 로드홀의 "사건, 사고"는 수없이 많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나카지마 케이스. 일본의 토미 나카지마는 78년
대회때 투온을 시키고도 9타를 쳤다.

나카지마는 당시 로드벙커 바로 앞의 불룩한 지점의 홀컵을 향해 첫
퍼트를 했다.

그러나 볼이 길었던지 그 볼은 내리막을 타고 흐르며 로드벙커로
떨어졌다.

거기서 탈출하는데 무려 4타가 소비되며 나카지마는 9타를 친 것.
그후 로드 벙커는 "나카지마의 벙커"라고도 불리고 있다.

90년대회 2라운드에서도 미국의 스코트 호크가 9타를 치며 커트오프
통과에 실패했다.

호크는 오른쪽 OB에 다시 친 티샷이 왼쪽 러프를 전전하며 7온2퍼트를
했다.

90년대회 우승자인 닉 팔도(4라운드합계 18언더파 270타)는 4라운드
동안 단 4개의 보기만을 범했는데 그중 3개가 로드홀 보기였다.

90년의 로드홀 평균 스코어는 4.65타. 84년 대회때도 마찬가지로 당시
우승자인 세베 바에스테로스(스페인)도 총 5개의 보기중 3개가 로드홀
에서 나왔다.

결국 로드홀은 파가 버디와 같고 보기가 파와 같은 홀이다.

이곳의 플레이를 보는 재미는 자동차경주때의 "충돌"이나 아이스 댄싱
때의 넘어지는 모습과 같다고 얘기된다.

선수들은 "이곳의 파는 실질적으로 4.5이며 로드홀을 정복하는자가
바로 우승자"라고 말한다.

로드홀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아무리 세인트앤드루스가 골프의 고향이라
하더라도 오늘날의 성가를 누리지는 못했으리란 생각이다.

<>.올드코스의 그린은 11개뿐이다.

앞에 "더블그린"이란 말을 했는데 그것은 그린 경사가 이중이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의 그린을 두홀이 같이 쓴다는 얘기다.

올드코스는 다른 링크스코스와 마찬가지로 바닷가를 따라 쭉 나갔다가
다시 거슬러 올라오는 이열배치이다.

그린은 바로 그 이열배치에 걸쳐 있는 것으로 예를들어 나가는 쪽의
3번홀과 들어오는 쪽의 14번홀이 같은 그린을 쓰는 것. 물론 핀은
그린의 양쪽 사이드에 따로 꽂혀 있다.

그린을 단독으로 쓰는 홀은 1번홀을 비롯 9번홀과 17번홀 그리고
18번홀뿐으로 나머지 14개홀은 모두 7개의 더블그린구조이다.

더블그린은 당연히 옆으로 길고 크다.

따라서 간혹 30m이상의 길고 긴 퍼팅을 하는 수도 많은데 이리 저리
굴곡진 그린에서의 롱퍼트가 결코 파를 보장 하지는 않는다.

<>.올드코스는 현대코스의 개념과 크게 동떨어 진다.

우선 블라인드홀이 많고 숨어있는 벙커가 많다.

티잉그라운드 바로 전면은 자연상태의 풀들이 그대로 있고 페어웨이
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페어웨이에는 크고 작은 벙커들이 숨어있다.

물론 벙커들은 모두 가장자리가 수직형태인 벽으로 막혀 있다.

이같은 코스성격은 처음 치는 사람들을 무척이나 당혹케 한다.

미국의 전설적 아마골퍼인 보비 존스도 이곳에 와 처음 플레이 할때
"뭐 이런 곳이 있나"하고 플레이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비 존스는 그후 크게 후회하며 "치면 칠수록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할수록 더 연구하게되는 코스"로 이곳을 정의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