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인켈 제 1공장.

조용한 공장 외관과 달리 내부는 쉴새없이 돌아가는 기계 소리와 완성된
오디오 제품을 운반하는 사원들로 분주하다.

이 분주함속에 사방벽면에 붙어있는 "신제조혁신"이라는 표어가 눈길을
끈다.

신제조혁신은 이 공장이 지난 2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생산성향상과 불량률
줄이기 운동의 모토.

신제조혁신의 핵심은 PCB(회로기판)설계의 공용화와 표준화다.

과거 각각 따로 설계하던 데크용 PCB와 CDP(콤팩트디스크 플레이어)용
PCB를 하나로 통합하자는 게 공용화의 개념이다.

"회로구조는 비슷한데 데크와 CDP의 PCB를 매번 따로 설계하다 보니
번거롭기도 하고 시간낭비도 컸다. 그래서 생각한게 PCB설계의 공용화다"
(형영우 생산관리파트장)

설계단계서부터 발상의 전환을 했다는 얘기다.

예컨데 8개의 칩이 삽입되는 PCB와 10개의 칩이 삽입되는 PCB 설계를 과거
엔 각각 따로 했으나 공용화로 10개용 PCB만을 설계.제조하겠다는 것.

이 공장은 우선 뮤직센터의 경우 한 PCB안에 있던 데크와 CDP기능을 따로
분리했다.

하이파이 오디오에 단품으로 들어가는 데크및 CDP의 PCB와도 같이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정지작업인 셈이다.

"한장의 PCB에 모든 기능을 담기 위해서는 설계가 까다롭기도 했지만
원가절감으로 이를 상쇄할 수 있었다"(형 생산관리파트장)는 말에서처럼
공용화로 이 공장은 신모델 개발기간을 2개월이나 단축시켰다.

설계인력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자동삽입과의 자삽률향상운동은 표준화로 생산성을 높이자는 대표적인
사례.

자동삽입과에서는 수많은 칩과 회로를 PCB위에 삽입하는 일을 한다.

사람이 아닌 기계(자삽기)가 이 일을 담당하는 비율이 자삽률이다.

자삽률은 현재 92% 수준.PCB를 자동삽입이 용이하도록 표준화해 올해안으로
이를 97%선으로 끌어올리는 게 이 공장의 목표다.

"고도의 정밀성을 요하는 PCB제조에선 사람손보다 자삽기가 훨씬 효율적
이다. 시간절약도 크다"(박종권 제조본부장)

자삽률이 88%였던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생산금액은 1천3백만원.

반면 92%로 올라간 지난 5월의 경우 1인당 생산금액은 1천5백50만원으로
19.2%나 늘었다.

자삽률향상이 곧 생산성증대로 나타난 셈이다.

이 공장은 또 "원라인화시스템"을 도입해 불량률 줄이기에도 나섰다.

이는 자동삽입 기판제조 조립등으로 나누어져 있던 생산라인 관리를
한사람이 통합해 맡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 1.7%이던 불량률이 이 시스템의 도입이후 1.2%로 낮아졌다.

그만큼 책임을 지고 불량률을 줄이려고 노력한 결과다.

이 공장의 올해 매출목표액은 2천8백억원.

지난해(2천3백70억원)에 비해 18%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목표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디오업계가 전반적인 불황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제조혁신"의 바람이 제대로 분다면 이는 무난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박제조본부장은 힘주어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