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 중장기금리가 일제히 떨어지고 있다.

단기금리 인하설도 무성하다.

대표적인 국제금리로 꼽히는 3개월물 달러 리보금리(런던은행간대출금리)는
작년말 6.5%대로 오른뒤 슬금슬금 미끄러져 최근 5%대로 하락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던 국제금리가 하락세로
반전한 현황과 원인, 전망을 3회로 나누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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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일 미국 연준리(FRB)가 연방기금금리(콜금리) 목표치를 6%로
0.5% 포인트 인상한 열흘뒤 일본 산와증권 미국 현지법인의 한 연구원은
"FRB가 5월 회의에서 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보며 연방기금 금리가 연말
까지 7.25%로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이 연구원만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며 연방기금 금리가
연말까지 8%를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FRB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금리를 언제 내리느냐가 문제이지 내리느냐 올리느냐는 논쟁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7월5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0.25~0.5% 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7월중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는 이들도 FRB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년 하반기중에 금리를 인하하리라는 전망에는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미 채권 시세에는 금리인하 전망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경기가 둔화돼 금리가 떨어지거나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경우엔 고정금리
자산인 채권에 투자하는게 유리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최근 채권값이 급등, 시세와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이
급락했다.

만기 30년짜리 재무부채권의 경우 지난 2일 수익률이 15개월만의 최저치인
6.54%로 떨어졌다.

FRB가 다음달 단기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세인트루이스 지방은행인 사우스웨스트뱅크는 이날 프라임레이트(우대금리)
를 8.5%로 0.5% 포인트 인하,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여줬다.

미국에서 장기금리가 떨어지자 런던금융시장에서 달러 3개월물 리보금리는
2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28일이후 처음 5%대로 떨어졌다.

금리하락은 경기회복세가 사그러들고 있는 일본에서 더욱 뚜렷하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 4월14일 엔고대책의 일환으로 최저치(1.75%)에
머물고 있는 재할인금리를 1%로 인하했다.

이처럼 금리가 떨어질만큼 떨어졌는데도 최근 일본에서는 장단기금리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장기금리로 꼽히는 10년 만기 국채(1백74회채) 수익률은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3% 아래로 떨어졌으며 3개월 만기의 양도성예금(CD) 금리는
4일 1.1%대로 하락,재할인율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은행들의 단기대출금리 평균치는 지난 2월이후 3개월째 하락했으며
4월에는 2.972%를 기록함으로써 처음으로 3% 아래로 떨어졌다.

장단기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재할인율 인하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일본흥업은행 일본채권신용은행 일본장기신용은행 등 3개 장기신용은행들은
오는 14일 우대금리를 최저치인 3.1%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금리하락은 독일도 예외가 아니다.

올들어 마르크 강세로 경기회복세가 급격히 둔화되자 오를 것으로 예상되던
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지난 3월31일 재할인율을 4.0%로 0.5% 인하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것으로 금융완화국면이 끝났으며 분데스방크가 다시
금리를 조정한다면 금리인상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최근 독일 금융시장에서는 분데스방크가 조만간 재할인율을 또
인하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최근 분데스방크 이사들이 금리인하를 강력히 시사한 것도 금리인하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표면금리가 7.5%인 10년 만기 분트채의
수익률은 지난 2일 6.59%로 하락, 사흘째 연중최저치를 경신했다.

물론 선진국들에서 금리가 떨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명목으로 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국제금리를 주도하는 국가군은 역시 미국 일본 독일이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