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강관업계는 미강관수입협회(CPTI)의 301조 조사청원 그자체보다 청원
의 배경을 파악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출가격이 아니라 국내가격을 문제삼고 나온게 이례적인 일인데다 강관의
대미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조사를 청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관업계는 CPTI의 이번조사청원은 그에 따른 실익보다는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대한시장개방압력과 연장선상에서 파악하고 있다.

좁게는 한국철강업에 견제구를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관업계는 CPTI의 조사청원이 강관수출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CPTI의 주장에 억지가 많아 미무역대표부(USTR)가 조사청원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고 수용해 조사결정을 내린다하더라도 충분히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게 업계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청원으로 CPTI에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해서 국내 강관업게가
"강건너 불구경"을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업계는 우선 변호사를 선임해 조사청원에 맞서는 한편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아래 미국의 시장개방압력에 대한 공동대응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강관업계가 제시할 대응논리로는 국내업계와 EU(유럽연합)간 수출자율규제
등 카르텔이 맺어져 있다는 CPTI의 주장이 전혀 근거없는 일이라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업체들이 유럽메이커들과 서로 시장을 침범치 않는다는 묵시적
약속을 한 적이 있어 국내업체들이 더불어 오해를 받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
이다.

CPTI가 한국의 대유럽 강관수출이 미미한 점을 카르텔존재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으나 유럽시장으로 강관을 수출하지 않는 것은 수송비가 높아
가격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덧붙였다.

한국정부가 강관의 소재가격을 통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의
철강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핫코일의 경우 포철의 국내판매가격이 t당 3백38달러로 수출가(3백70달러)
보다 낮으나 냉연코일은 국내판매가격이 4백97달러로 수출가 4백10달러보다
오히려 높다고 밝혔다.

강관업계는 또 핫코일의 국내판매가격이 낮은 것도 포철의 원가 자체가
낮기 때문이지 정부의 가격통제에 원인이 있는게 아니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포철이 적자를 내면서까지 낮은 가격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 포철은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내고 있어 CPTI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강관업계는 이같은 점을 적시해 반론을 제기하면 USTR의 조사결정을 막을
수 있으며 설령 조사경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그후의 조사과정에서 보복
으로 이어지는 것을 충분히 방어할 수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이희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