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현대자동차 조업중단사태는 양봉수씨(29)가 지난 1월17일 승용2공장
마르샤생산라인을 자기임의로 무단정지시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2월20일
해고됨으로써 비롯됐다.

해고된 양씨는 지난 3월22일 경남지방노동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출했으나 지난 11일 기각 결정됐다.

양씨는 지난 12일 현노조에 반대하는 세력들로 구성된 공동소위원 연합회
발대식에 참석하기 위해 회사에 들어가려다가 정문에서 제지당하자 분신자살
을 기도했다.

회사측이 무기한 휴업조치를 취한것은 노.노간 갈등으로 ''불법조업중단''이
장기화될 조짐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양씨 분신사건이 발생하자 조합원의 복지향상에 초점을 맞춘 실리노선을
주장하고 있는 현 노조집행부의 반대세력인 전임노조위원장들은 즉각 ''분신
대책위''를 구성했다.

현집행부의 노선에 줄곧 반대해오던 이들은 양씨의 분신사건을 현집행부에
대한 반격의 기회로 삼고 지난 13일부터 불법파업을 주도해왔다.

특히 오는 8월로 예정된 6대 노조위원장 선거를 의식한 이들은 현집행부를
어용으로 매도하며 사태를 장기화할 의도로 이번 불법파업을 이끌어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번 사태는 이처럼 양세력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전개되고 있어 의외로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87년 이후 분규를 거듭해오다 "파업을 하지 않겠다"며
실리노선을 내세워 국내 노동계에 큰 파문을 던진 이영복조조위원장 집행부
가 지난 93년 8월 들어서며 그동안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해 왔다.

집행부 반대세력인 이상범(2대) 등 전임노조위원장들은 양씨의 분신사건을
노조''탈환''의 최대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노동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제2노총 출범을 앞둔 민주노동단체들이 이번 사태를 올 노동투쟁의
호기로 여기고 이를 전국에 확산시킨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국내 노동운동을 선도해 온 현대자동차의 실용주의 노동운동으로
제2노총 구성에 큰 부담을 느껴온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올들어 ''노사불이''를 외치며 노사화합 분위기가 전사업장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불리하게 작용해 돌파구가 필요했고
이번 분신사건이 신관작용을 해줄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노동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93년가지 매년 현대그룹 노동분규를 이끌어왔으나
현집행부 출범이후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을 탈퇴하는 등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

파업을 주도중인 분신대책위등 집행부 반대파들은 복지부문만을 강조하는
현집행부는 노동운동의 본질을 외면해 왔다고 주장한다.

지난 16일 분신대책위가 <>해고자복직 <>노조집행부의 규약준수 <>정당한
노조활동보장 등을 내건 것도 근본적으로 노조를 불신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리만을 추구하는 현집행부를 조합원의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분신사건을 세불리기로 이용, 오는 8월의 차기위원장 선거와 연계
시키겠다는 구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현집행부도 이번사태를 분신대책위가 6대위원장 선거에 대비해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저지른 계획적인 불법행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노조위원장이 17일 사태발생후 처음 기자회견을 갖고 현총련 전노협
전해투 등 재야세력의 철수를 요구하며 비공식단체인 분신대책위를 인정할
수 없으며 해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집행부는 3만여조합원 가운데 4천여명정도가 분신대책위에 동조하고 있으며
조합원의 10%만 조업을 중단해도 전면파업과 똑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며 전면
조업 중단을 전조합원의 뜻으로 보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아무튼 현대자동차 전면조업 중단이 실리의 현집행부의 차기집권과 그동안
분규를 주도해 온 세력간 세다툼으로 변질되고 있고 회사측의 무기한 휴업과
맞물려 사태해결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울산 = 김문권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