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시대는 과연 도래할까.

가족제도 도시체계 가치체계의 붕괴등 갖가지 위기는 왜 동시에 닥치고
있는 걸까.

제3의 물결은 일고 있는 것일까.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새로운 저서 "제3물결의 정치"(원제:
CREATING A NEW CIVILIZION:THE POLITICS OF THE THIRD WAVE)를 펴냈다.

아내 하이디 토플러와 함께 쓴 이책은 제2물결과 제3물결의 대립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미국사회의 현실과 장래의 전망을 그린 것.

"미래충격" "제3물결" "권력이동"등에서 나타난 그의 지적여정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편으로 현재의 변화뿐만 아니라 닥쳐올 보다
큰 변화에까지 실천적으로 대응하는 조치를 제시,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이책에서 우선 제2물결세력과 제3물결세력간의 불균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쪽에는 산업사회의 대량생산체제를 열렬히 지지하는 세력인 제2물결이
있고 다른한쪽에는 세계의 현안들이 이제는 산업질서의 테두리안에서 해결
될수 없음을 인정하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있다.

이제는 "좌우" "빈부" "선악"의 대립이 아니라 "신구"의 대립이며 이는
불가피하게 초충돌(SUPER-STRUGGLE)현상을 낳을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논지이다.

제3물결에 한발을 담그고 있는 미국부통령 고어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
정부를 제3물결방식에 따라 바꾸지 못하고 있다.

토플러는 선진기업들이 경쟁에 쫓겨 관료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제3물결적
관리형태를 만들고자 애를 쓰는 한편으로 정부기관들은 제2물결에 밀려
개혁되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한다.

시대에 뒤떨어질까 두려워 제3물결로의 이행에 저항하는 이들은 기득권을
보호하려고 끼리끼리의 모임을 자주 갖는등 온갖 수단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토플러는 이제 정치에까지 이들의 대립이 극명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고어부통령과 같은 정치가가 있는데도 미국 민주당은 업계와 노조, 그리고
정부내의 제2물결지지자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공화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정치가 이처럼 뒤처져 있음에도 제3물결 유권자들의 세력은 날이 갈수록
증대하고 있다.

어느 정당도 그들의 존재에 주목하지 않기때문에 그들은 갈수록 제도권
정당 밖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이 정치권력은 갈수록 공식적인 정치구조물, 즉 의회, 백악관,
정부기관및 정당들로부터 전자적으로 연결된 풀뿌리집단과 미디어로
옮겨가고 있다.

토플러는 미국의 제3물결세력들은 아직 자기들의 대변자를 찾지 못하고
있으나 멀잖아 이들을 대변해주는 정당이 미국의 미래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토플러는 역사에서 늘 그래왔듯이 기술의 진보는 운명이라는 점을 받아들여
이에 맞게끔 변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