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그동안 국내에서 열던 세계 딜러 대회를 앞으로는 해외에서
열기로 했다.

모터쇼에 맞춰 국가별로 가졌던 신차발표회도 세계 각지 딜러와 언론들을
한곳으로 초청해 갖는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오는9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유럽지역 대상의 아반떼
신차발표회가 열리며 미국에서도 같은 행사가 치뤄진다.

이같은 딜러대회와 신차발표회의 글로벌화는 정세영현대그룹회장이
12일 오전 현대자동차 임원들을 불러 "세계화를 보다 가속화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정회장의 이같은 지시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호주 골든 코스트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세계 딜러 대회의 결과에 크게 고무됐기 때문이라고 현대 관계자
는 전했다.

그동안 현대자동차 세계 딜러 대회는 매년 열려 왔지만 딜러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울산공장을 보여주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제품에 자신감이 붙은 상태에서 이젠 더이상 딜러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공장 자랑을 늘어놓을 필요가 없어졌다"(홍두표마케팅담당전무)
그래서 세계 딜러들을 해외 휴양지같은 곳에 모아 "현대 가족화"하는것이
세계화의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사실 현대가 이번에 처음으로 호주에서 가진 딜러대회는 세계가 얼마나
한가족화 됐느냐를 쉽게 엿볼수 있다.

"세계의 한 가족화"는 딜러대회 장소를 물색중에 느닷없이 날라든 편지
한통에서부터 확인됐다.

이편지는 호주 폴 키팅 총리가 보낸 것이었다.

"현대자동차 세계 딜러 대회를 시드니에서 개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일개 자동차업체의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총리가 나선 것이다.

그것도 현대그룹을 대표하는 정회장이나 현대자동차사장앞으로 온 것이
아니다.

해외영업본부장인 백효휘부사장이 수신인이었다.

편지에는 호주의 2000년 올림픽 개최 계획과 시드니의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친절한 시민들을 소개하는 글이 깨알처럼 들어가 있었다.

국가원수가 "현대 유치"에 나선 셈이다.

정회장이 세계화를 강하게 느끼고 세계화에 드라이브를 건것도 "외국에선
조그만 행사를 유치하는데도 정부가 발벗고 나서는 세일즈마인드를 갖고
있는데 과연 현대의 세일즈마인드는 어느 정도냐는 의문에서부터 시작된것
같다"(K전무)

이는 정회장이 이날 아침 회의에서 수차례에 거쳐 "국제적인 세일즈마인드"
를 강조한 배경과 맥을 같이 한다.

국내 행사를 해외 행사로 바꿔 엄청난 홍보효과도 거둔 것도 현대가
행사의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한 계기가 됐다.

호주 유력지인 더 위크엔드 오스트레일리언지도 때맞춰 "현대자동차
아반떼, 해외시장 처음으로 호주에서 런칭"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딜러들과 함께 해외기자들도 대거 초청해 세계 각지에 아반떼를 소개하는
기사들이 실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딜러들을 현대 가족으로 만드는데도 성공했다는 평이다.

6일 파티에는 백부사장이 슈퍼맨 복장으로 나타나 딜러들을 한바탕
웃음으로 몰아넣어 "항상 근엄하다"는 한국기업의 임원 이미지를 벗기도
했다.

물론 참가자들을 인근 3.2km의 정규레이스코스로 불러 아반떼 시승회를
가져 좋은 반응도 얻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2000년에는 77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겠다는
장기계획을 발표했다.

딜러들은 기꺼이 팔겠다고 응답했다.

딜러들은 세계화된 기업 물건을 취급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