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대 180".

대만과 한국의 "기계산업 실력지수"다.

93년 기준으로 대만은 한국의 배가 넘는 420억달러어치의 각종 자본재를
해외에 실어냈다.

전문가들은 대만의 기계산업이 이처럼 번창하고 있는 힘의 원천을
"윙성분공"과 "책략연맹"으로 설명한다.

위성분공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렇다고 한국식의 "도급관계"쯤으로 번역했다가는 영낙없는 오역이
되고 만다.

대만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어디까지나 서로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부품을 주고 받는 수평적 관계다.

부품업체들은 협력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동시에 국내 다른 대기업에도
팔고 해외에 수출도 한다.

말하자면 전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고 협력 대기업과의 계열관계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대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부품을 수시로 중소기업들에 의뢰해 순발력있게
개발해다 쓴다.

"계열화"란 보완효과도 갖고 있다.

이걸 대만에선 책략연맹이라고 부른다.

전문화와 계열화의 적절한 조화가 대만 기계산업의 힘이란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