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과 상업은행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예상외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정기법인세 조사에 불과하며 다른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국세청이 거듭 밝히고 있지만 은행권은 예사롭지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은행들이 2개은행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이번 조사가 세금우대저축의 차명가입여부등 실명제위반 부분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때문이다.

은행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금융실명제 실시이후의
세금우대저축 해약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단순한 법인세 조사를 하면서 이같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금융실명제 실시이후에도 은행들이 수신고를
올리기위해 가.

차명계좌임을 알면서도 예금을 유치하는 사례가 적지않다는 말이
많았었다.

따라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낼 경우 파장은
커질수 밖에 없다.

단순히 세금추징에 그치지않고 은행장문책까지도 갈수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은행들의 반응과는 달리 국세청의 입장은 확고하다.

추경석 국세청장은 12일 단순한 법인세 조사이며 별도 목적의 특별조사는
"절대로" 아니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고 "내말이 거짓말인지는 두고보면
알것"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장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는것은 과거의 세무조사가 단순한 세금추징의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된 적이 여러번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자금이 야권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사전에
막기위한 "은행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시각에서이다.

정기법인세 조사라는 이름으로 몇몇 은행들을 조사하면서 은행의
"아킬레스건"인 실명제위반 부분을 붙잡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추측이다.

세금우대저축등의 가.

차명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 "금융실명제위반=은행장사퇴"라는
등식을 떠올려야하는 은행들로서는 함부로 정치자금성 대출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국세청이 정기법인세 조사를 하면서 세금추징이라는 면에서는
조사실익이 크지 않은 가.

차명계좌 여부를 가리고 있는 것은 이같은 가정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게다가 "다른 은행에 대한 추가조사는 없다"는 추청장의 공언에도
불구,"단순한 정기법인세조사"라는 명목으로 다른 은행에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기법인세 조사라는 이름으로 은행의 약점 잡기식 조사가 계속된다면
결국 특별세무조사와 다를바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이같은 시각들은 과대포장된 추측에 불과할수 있지만 조흥
상업은행에대한 세무조사는 내용과 시기면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적지않은 여진을 남길듯하다.

금융실명제위반여부나 은행직원의 개입이 드러날경우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게 될것으로 보인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