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원의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3일 대검이 발표한 지방의회의원의 비리에 대한 단속결과(91년4월~올4월)는
수준미달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방의회제도가 도입된 지 4년만에 5백64명이 입건되고 이중 1백69명이나
구속된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광역.기초의회의원 숫자는 총5천1백70명.지방의회 10명당 1명이 비리
혐의로 검찰에 불려다녔다는 얘기이다.

수적인 자료만으로도 지방의회의원의 수준을 가늠해볼수 있는 대목이다.

이중에는 광역의회의원이 1백51명이 입건돼 31명이 구속됐다.

기초의회의원은 이보다 훨씬 많은 4백13명이 입건돼 1백38명이 쇠고랑을
찼다.

광역과 기초의회를 불문하고 지방의회가 본래의 모습을 잃고 비리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얘기이다.

많은 의회의원들이 입건됐다는 것은 곧 지역발전을 위한 의회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방의회도입 원년인 91년에 1백56명이 입건돼 58명이 구속됐다.

지방의회는 시작부터 비리로 얼룩졌다.

92년에 1백32명입건(구속21명)을 거쳐 사정바람이 거셌던 93년엔 무려
2백20명이나 입건(구속 53명)돼 거의 매일 의원 한사람이 의정활동을
제대로 못한 셈이다.

한발짝 더들어가 이들의 죄명별유형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뇌물수수에서부터 사기 변호사법위반 폭력 부정수표단속법등 45가지나
된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형법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죄명이
나올 정도였다"고 언급,지방의회의원 비리의 심각성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이중 의회의원들이 가장 많이 걸려든 죄명은 단연 뇌물수수.총88명이
입건돼 48명이 구속됐다.

대표적인 예로 울산시의회 전의장 김팔용씨는 재직시인 91년6월
덕용개발대표 이모씨로부터 울산시 무거동소재 토지구획정리사업에
대한 울산시의회 심의를 통과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4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뇌물수수의 뒤를 이은 죄명이 사기라는 점은 시사해주는 바가 많다.

78명이 입건돼 15명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들 대부분이 의원신분을 사기에 이용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박일도안산시의회의원은 상가건축능력도 없으면서 지난 90년 6월께
안산시원곡동 소재 대지 1천1백여평에 건축현장사무소를 지어놓고
신문지상을 통해 허위선전해 피해자 14명으로부터 점포분양금 명목으로
9억1천9백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됐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심지어 울산시의회 임운혁의원은 91년 10월 울산시청 세정과정 사무실
에서 울산시소재 토지구획정리지구내 체비지를 매수해주겠다고 속여
임모씨로부터 매매대금조로 4억6천만원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사기에 이어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입건된 광역.
기초의회의원이 세번째로 많았다.

60명이 입건돼 2명이 구속됐다.

지방의회의원들의 기본적인 소양이 갖춰지지 않았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비리의회의원들은 산림법 건축법 자동차운수사업법 식품위생법
등 자기사업과 관련된 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 지방의회의원에 대한
불신감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기본자질이 없는 지방의회의원을 선거전에 걸러낼 수 있는
검증방법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