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로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어진 일본기업들이 국내수입업체에 대해 달러
화기준 수출대금을 인상하겠다고 통보,국내업체들의 수입부담이 가중되고있
다.

엔화로 결제하고 있는 국내수입업체들은 엔화에 대한 원화약세로 같은 물품
을 수입하고도 예전보다 훨씬 많은 원화대금을 준비해야 할 판에 달러화수출
가격인상요구까지 받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27일 통상산업부에 따르면 반도체재료인 웨이퍼와 케미컬을 일본의 신네쭈
와 미쓰비시로부터 각각 수입하고 있는 현대전자는 최근 이들기업으로부터
달러화기준 수출가격을 10~20%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고 고심중이다.

삼성전자도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특수집적회로(IC)수출대금을 10% 올리겠다
는 일본업체의 요구를 받고 대응책을 강구중이다.

만도기계는 역시 자동차부품가격을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
다.

이밖에 강원산업은 작년말만 해도 t당 360달러에 건설용 H형강을 일본에서
수입할수 있었으나 최근 일본수출업체의 요청으로 수입가를 414달러로 올려
줘야만 했다.

최근 무역협회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업체의 41.4%가 일본으로부터 수출단가
인상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대금을 엔화로 결제하는 기업의 경우 엔화수입가격인하를 일본기업에
요청하고 있으나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으로부터 사오는 반도체장비 대금중 80%정도를 엔화로 결제
토록 계약을 맺고 있어 원화에 대한 엔화강세로 수입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엔화표시수입가격을 15%정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
태다.

통산부관계자는 "일본으로부터 사오는 기계나 부품은 수입국을 손쉽게 바꾸
기 어려운 품목이어서 국내수입업체들이 일본기업의 요청에 무력할수밖에 없
고 국내업체의 요구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