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이 26일 발표한 증시안정대책은 주식시장이 이미 자생력을
상당히 상실한 뒤에야 나온 것이어서 다소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만으로 시작기조가 바뀔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고 시장수요를 부추기는데 얼마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의 위탁증거금률(현금40%)을 절반(20%)까지 대용증권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하고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한도(규정상60%)를 자기자본의
18%에서 25%로 확대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매입자금조달에 다소나마
숨통을 터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신용융자확대로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추가로 빌릴 수 있는
신용규모는 6천4백60억원정도로 추산된다.

고객예탁금이용료율이 은행저축예금이자율인 3%까지 높여 증시주변자금
의 이탈방지와 투자자들의 여유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 들이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조치가 증시부양책으로서 얼마나 약효를 가질지는
미지수다.

조치내용만 해도 정부가 "곧곧"하면서 2달여 발표를 미뤄 온 것이어서
시장에서 이미 신선도를 잃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가 이번 조치의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그같은 시장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재경원의 연원영금융정책담당제2심의관은 그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필요할(이번 조치에도 주가가 계속 하락할)경우 27일부터라도 증권시장
안정기금으로 하여금 주식을 사들이도록 하겠다"고 제2의 방어벽을 쳤다.

정부가 증안기금의 주식매입까지 약속한 마당에 이제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남은 대책은 외국인주식투자한도의 조기확대다.

증권업계서는 주식시장의 자생력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자극제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문제는 다음달초 뉴질랜드에서 열릴 아시아개발은행(ADB)총회(3~5일)
에서 홍재형부총리가 4일 기조연설을 하면서 실시시기를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지자체선거전에 외국인주식투자한도를 확대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는 정부가 선거용으로 주식시장의 활황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어떤 형태든 정부가 주가에 영향을 주는 조치를 수시로 시행함으로써
주식시장과 주식투자자들의 볼모를 자처하는 추한 모습이 이번에도
되풀이됐다는 지적이다.

< 이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