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정운찬
출판사 : 학현사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다시 태어나려 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명분싸움과 감정대결로까지 치닫는 한은독립논의를 바람직한
제도개혁과 실질적인 독립성확보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중앙은행론"이
"금융개혁론"(법문사.1991년)을 펴온 서울대학교 정운찬교수에 의해 집필
되었다.
한국은행의 미래상을 세계경제변화와 우리의 발전의지에 맞추어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위상과 역할이 무엇이며 선진국의 중앙은행
제도는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어떻게 자리매김을 해왔는지를 체계적
으로 검토해 보아야할 것이다.
"중앙은행론"은 이 문제에 대한 풍부한 논리적근거와 최근까지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한 주제를 화폐금융론전공 학생들에게 십여년간 강의해 오면서 활발한
토론과 왕성한 독서를 바탕으로 편파됨이 없이 한국은행의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나의 생각"이라는 전제하에 저자가 제시하는 한은독립의 방향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와,조화와 협조라는 효율성의 원리를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다.
한은이 재무당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정책의 공공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활발한 논의를 통해 중앙은행기능을 정상화
시킨다는 의미이다.
즉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정부로부터의 독립"이라기보다는 "정부내에서
재무당국으로부터의 독립"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정부와는 동떨어진 채
혼자서 화폐금융에 관한 전권을 행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중앙은행은 본질적으로 시장바깥에서 금융을 지배
하기보다는 시장내부에서 거래에 참여하여 경제에 영향을 미쳐왔다.
따라서 진정한 한은독립은 금융구조의 개혁, 더 크게는 경제전반에 걸친
변화와 개혁에 맞게 시장원리를 확립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안은 정책결정의 독립성확보를 위해 금융통화
위원회의 위상이 강화되어야 하며, 이를위해 한은총재가 그 의장을 맡고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하며, 금통위의
구성은 정부측 추천을 제한하고 공무원이 아닌 금융업 또는 산업계출신
상근전문가들이 참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체계도 효율성과 함께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추구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감독기능은 최종대부자기능이나 BIS규제와 같은 은행경영의
건전성규제를 맡고 현재의 여신관리기능은 점차 폐지하며, 금융의 겸업화
추세에 대처하고 은행 증권 보험감독원에 분산된 감독기능을 종합적으로
관장할수 있는 위원회를 새로이 설립하여, 중앙은행에 부여된 고유의
미시적 기능과 금융감독에 대한 통일적 기준설정과 조율기능을 분리한다는
제안이다.
결국 한국경제의 발전단계에 맞는 중앙은행제도의 확립은 정부 하부구조적
성격을 탈피하여 미시적으로는 시장참가자로서의 자율성을 가지며, 거시적
으로는 금리 환율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가치를 안정시켜 시장지향적 공공
서비스 생산에 책임을 다하는데 있다.
"중앙은행론"이 만족스러운 체계적인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과
자본자유화가 확대되면서 증폭되는 환율불안과 구조적 불균형확대를 막기
위해 이루어지는 각국 중앙은행들 사이의 국제거시정책협조도 포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만2,000원)
정진호 < 한국경제연선임연구위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