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개성의 프랑스영화 3편이 22일 동시에 개봉된다.

누벨 이마쥬 선두주자로 불리는 장 자크 베넥스감독의 "디바"와
장 베케트감독의 "엘리사" 그리고 에릭 로샹이 연출한 "패트리어트"가
그것.

이들 작품은 할리우드영화에 식상한 국내 관객들에게 모처럼 유럽영화를
골라볼수 있는 즐거움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디바"는 수입된지 5년만에 햇빛을 본 작품.

뤽 베송, 레오 까락스와 함께 프랑스의 대표적 감독으로 평가되는
장 자크 베넥스의 컬트영화다.

레코드취입을 거부하며 라이브음악만을 고집하는 흑인 오페라가수와
그녀의 목소리에 심취해 콘서트 도중 몰래 녹음한 테이프를 간직한
우편배달소년이 주인공.

여기에 음반 해적판을 만들어 팔려는 대만 암거래상과 살인청부업자,
파리 매춘조직을 둘러싼 경찰의 흑막이 물고 물리는 추격전으로
펼쳐진다.

오페라가수인 신시아역의 윌헬메니아 위킨스 페르난데스는 풍부한
성량으로 아리아 "먼곳으로"를 직접 불러 관객을 놀라게 했다.

프랑스영화에 미국적 감수성이 가미된 이영화는 모터사이클로 질주하는
장면과 청.황색톤의 이미지, 자연광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인공적 영상
조합등 환상적이고 독특한 기법을 보이고 있다.

장 베케트감독의 "엘리사"는 지난 2월 파리에서 공개돼 3주만에
5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화제작.

프랑스영화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제라르 드 파르디유와 톱가수
바네사 파라디가 함께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화다.

열일곱살의 마리(바네사 파라디)는 불행한 소녀다.

어머니는 그녀가 네살때 권총으로 자살했고 아버지는 얼굴도 모른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녀는 철이 들면서 아버지가 작곡가였으며 어머니를
위해 "엘리사"라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박절하게 떠나버린 그를 추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오는 그리움으로 변하고 바닷가에서 폐인처럼
살아가는 아버지를 발견한뒤 그녀는 차츰 사랑의 상처를 이해하는
한 여인으로 성숙한다.

"바위같은 곰"과 "깜찍한 인형"의 앙상블로 표현되는 두 배우의 연기가
강한 흡입력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에릭 로샹감독이 만든 "패트리어트"는 새로운 감각의 첩보영화.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의 프랑스인 요원이 중동을 무대로 벌이는 활
약상을 담고 있다.

숨막히는 첩보전을 묘사하면서도 마치 우리주위의 평범한 이웃들이
겪는 얘기처럼 잔잔하고 평이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미국과 홍콩영화가 갖는 액션보다 인간의 내면풍경을 중시하는
감독의 철학이 반영된 것.

거대한 조직의 어느 부분에서나 있을법한 그늘진 세계의 모습을 절제된
기교로 그렸다.

주인공 아리엘역을 맡은 이반 아탈의 뛰어난 감성연기도 볼만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