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 (19) 자동차 21세기를 달린다 <9> 적과의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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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90년대 세계 자동차업계 최대 변화를 빗댄 말이다.
"필요하다면 라이벌과도 손을 잡는다".전략적 제휴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은 자동차업계가 가장 깊이 고려해야할 과제가 돼버렸다.
그만큼 세계 자동차업계의 이합집산은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을 정도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빅 3"간의 제휴.앙숙이던 이들은 미래자동차
개발을 위해 처음으로 악수를 나눴다.
일본의 11개 업체는 환경관련 기술개발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고
유럽의 르노 푸조 BMW는 리사이클링기술 개발을 위해 "스터디 그룹"을
결성했다.
국경을 넘어서도 적과의 제휴는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BMW가 GM에 디젤엔진을 공급하고 혼다는 푸조의 엔진을 사다 쓴다.
포드와 닛산은 저공해자동차 부문에 손을 잡았다.
심지어 일부 업체들간에는 제휴관계를 넘어 아예 회사를 합쳐 시너지
효과를 노려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전략적 제휴가 붐을 이루는 이유야 뻔하다.
갈수록 치열한 경쟁을 혼자 힘으로 버텨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환경이나 안전기준은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연구개발(R&D)투자는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
경쟁 기반마련을 위한 설비투자도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수익구조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판을 마련하고 리스크를 나누려면 적도
동지가 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기술 공유를 통한 시너지효과도 중요한 의미다.
그런나 문제는 한국의 자동차업계에게 이같은 조류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략적 제휴는 서로가 이용할 가치가 있어야 하게 된다.
어느 산업이건 세계 10위권내 기업끼리 전략적 제휴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이다.
"국제 과점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기아경제연구소)는
분석이다.
선두 주자끼리 공조 체제를 갖춰 후발주자의 도전권에서 재빨리 빠져
나간다는 전략이 틀림없다.
그러니까 한국의 자동차업체가 해외 10위권 업체와 손을 잡으려면
그만큼 어렵시리 돼 있다는 얘기다.
물론 국내기업들이 이런 추세에 완전히 배제돼 있지는 않다.
외국업체와의 협력에는 어느 정도 경험이 있다.
현대-미쓰비시간의 대형승용차 개발이 좋은 사례다.
미쓰비시는 현대 기술의 "원조".그러나 현대의 기술수준이 올라가면서
협력방법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 결실이 뉴그랜저다.
현대가 미쓰비시와 처음으로 공동개발한 작품이다.
기아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마쓰다와 함께 시작한 대형승용차 개발이 그것이다.
이런 대형승용차 공동개발은 서로의 부담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수요가 작아 개발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서로의 이익이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기아는 로버와도 협력체제를 맺고 있다.
협력분야는 6기통 엔진의 공동개발.기아는 엔진이 필요했고 로버는
엔진개발 자금이 필요했다.
개발비를 부담하고 6기통 엔진의 어려운 기술을 쉽게 얻을수가 있게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에는 한계가 있다.
현대-미쓰비시나 기아-마쓰다의 경우는 우리가 쉬운 부분만을 맡은
경우다.
기아-로버의 경우는 엔진을 사오는 형태나 마찬가지다.
삼성이 닛산 기술을 수백억엔이나 주고 들여오는 것과 별반 다르지가
않다.
단발의 협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 제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리 업체들의 높은 기술수준이
전제가 돼야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약점이다.
그렇다고 눌러 앉아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한국적인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개발기술보다는 생산기술과 응용기술을 상대적으로 특화시켜 선진국의
첨단기술과 상호교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산업연구원 민경휘선임
연구위원).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취약한 선진기업을
대상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업체들도 한국의 장점을 사고 싶어한다.
"르노 피아트등 유럽업체들을 중심으로 제휴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현대 기획실장 김뢰명전무)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략적 제휴의 큰 흐름에서 벗어나거나 제외될 경우 한국업체의
"세계 10위의 꿈"은 영원히 멀어지거나 꿈으로 남을수 있다.
"독야청청"해서도 안되고 돼서도 안된다.
지금은 무한경쟁시대이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1일자).
90년대 세계 자동차업계 최대 변화를 빗댄 말이다.
"필요하다면 라이벌과도 손을 잡는다".전략적 제휴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은 자동차업계가 가장 깊이 고려해야할 과제가 돼버렸다.
그만큼 세계 자동차업계의 이합집산은 한치앞을 내다볼수 없을 정도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빅 3"간의 제휴.앙숙이던 이들은 미래자동차
개발을 위해 처음으로 악수를 나눴다.
일본의 11개 업체는 환경관련 기술개발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고
유럽의 르노 푸조 BMW는 리사이클링기술 개발을 위해 "스터디 그룹"을
결성했다.
국경을 넘어서도 적과의 제휴는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BMW가 GM에 디젤엔진을 공급하고 혼다는 푸조의 엔진을 사다 쓴다.
포드와 닛산은 저공해자동차 부문에 손을 잡았다.
심지어 일부 업체들간에는 제휴관계를 넘어 아예 회사를 합쳐 시너지
효과를 노려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전략적 제휴가 붐을 이루는 이유야 뻔하다.
갈수록 치열한 경쟁을 혼자 힘으로 버텨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환경이나 안전기준은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연구개발(R&D)투자는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
경쟁 기반마련을 위한 설비투자도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수익구조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판을 마련하고 리스크를 나누려면 적도
동지가 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기술 공유를 통한 시너지효과도 중요한 의미다.
그런나 문제는 한국의 자동차업계에게 이같은 조류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략적 제휴는 서로가 이용할 가치가 있어야 하게 된다.
어느 산업이건 세계 10위권내 기업끼리 전략적 제휴가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이다.
"국제 과점체제를 유지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기아경제연구소)는
분석이다.
선두 주자끼리 공조 체제를 갖춰 후발주자의 도전권에서 재빨리 빠져
나간다는 전략이 틀림없다.
그러니까 한국의 자동차업체가 해외 10위권 업체와 손을 잡으려면
그만큼 어렵시리 돼 있다는 얘기다.
물론 국내기업들이 이런 추세에 완전히 배제돼 있지는 않다.
외국업체와의 협력에는 어느 정도 경험이 있다.
현대-미쓰비시간의 대형승용차 개발이 좋은 사례다.
미쓰비시는 현대 기술의 "원조".그러나 현대의 기술수준이 올라가면서
협력방법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 결실이 뉴그랜저다.
현대가 미쓰비시와 처음으로 공동개발한 작품이다.
기아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마쓰다와 함께 시작한 대형승용차 개발이 그것이다.
이런 대형승용차 공동개발은 서로의 부담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수요가 작아 개발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서로의 이익이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기아는 로버와도 협력체제를 맺고 있다.
협력분야는 6기통 엔진의 공동개발.기아는 엔진이 필요했고 로버는
엔진개발 자금이 필요했다.
개발비를 부담하고 6기통 엔진의 어려운 기술을 쉽게 얻을수가 있게된
셈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에는 한계가 있다.
현대-미쓰비시나 기아-마쓰다의 경우는 우리가 쉬운 부분만을 맡은
경우다.
기아-로버의 경우는 엔진을 사오는 형태나 마찬가지다.
삼성이 닛산 기술을 수백억엔이나 주고 들여오는 것과 별반 다르지가
않다.
단발의 협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전략적 제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우리 업체들의 높은 기술수준이
전제가 돼야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약점이다.
그렇다고 눌러 앉아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한국적인 장점"을 살리는 방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개발기술보다는 생산기술과 응용기술을 상대적으로 특화시켜 선진국의
첨단기술과 상호교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산업연구원 민경휘선임
연구위원).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취약한 선진기업을
대상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업체들도 한국의 장점을 사고 싶어한다.
"르노 피아트등 유럽업체들을 중심으로 제휴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현대 기획실장 김뢰명전무)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략적 제휴의 큰 흐름에서 벗어나거나 제외될 경우 한국업체의
"세계 10위의 꿈"은 영원히 멀어지거나 꿈으로 남을수 있다.
"독야청청"해서도 안되고 돼서도 안된다.
지금은 무한경쟁시대이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