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 직원들은 대체로 이회장의 발언을 무시하는 표정을 보이면서도
"느닷없이 그런 말을 한 배경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지난번 최종현전경련회장의 발언파문 때 즉각 선경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
래조사에 착수했던 공정거래위원회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석채 재정경제원 차관은 이날 "이회장의 발언이 비보도를 전제로 한 것이
었던 만큼 개인적인 생각을 말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과거
5공화국 시절에도 대기업총수가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했었는데 요즘 개인
적인 견해표시가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 상황을 너무 과민하게 다룬 것 같다며 "심각하게 받아들일 일
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경원의 실무층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이 많아 대조적인 분위기다.

한 직원은 "이회장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시각으로 "
관료집단"을 도매값으로 매도한 것은 바람직한 자세로 볼수 없다"고 지적했
다.

그는 특히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행정규제완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는데 규제완화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비판
부터 해놓고 보는 대기업 경영주의 관행에 실망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선경과 대우 현대그룹에 대해 부당내부거래여부를
조사한데 이어 삼성 금호 효성그룹등 5개그룹에 대해 상반기 안에 추가로 내
부거래조사를 벌이기로 돼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등에 대해 상반기 안에 조사를 벌이기는 하
지만 아직 일정을 잡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지시를 받은 바도 없다"고 설명했
다.

<안상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