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등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한 컴퓨터 통신 매니아들의 모임중에
"사이버펑크 인민해방전선"이라는 단체가 있다.

얼핏 이름만 들어서는 테러단체와 같은 느낌을 주지만 자신들은 컴퓨터를
이용해 사회 발전을 도모하려는 건전한 정보통신인들의 모임이라고 성격을
규정짓고 있다.

이 단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갖고 있는 몇가지 윤리강령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이들은 우선 자유로운 정보교환을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거부한다.

물리적인 시스템의 보안은 물론 경제적인 제한도 진정한 정보사회인
"사이버 스페이스"를 건설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

인민해방전선 단원들이 해커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 주된 이유도 정보교환을
막는 벽들을 부수려는 노력때문이다.

이들은 외부로부터의 접근을 막고 있는 모든 시스템을 뚫고 들어가 그같은
제한이 불필요함을 알리려고 한다.

해킹을 하면서도 이들은 시스템의 복사나 도용,시스템 파괴등의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단지 자신들이 그 시스템에 다녀갔다는 흔적만을 남길 뿐이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파괴적인 해커들중에 이같은 단체의 회원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 이같은 사실을 증명한다.

단원들은 소프트웨어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쓰는 공개용 프로그램들중 상당수가 이같은
정보통신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정보사회의 전위임을 자처하는 이들이 굳게 지키는 또 하나의 서약은
자신들이 이 사회의 소수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들처럼 자유롭게 정보통신망을 돌아다니는 세상이 오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생각이나 의견이 소수임을 고백하고 자신들의 얘기들을
상업화하며 일반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