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방크의 재할인율 기습 인하는 30일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31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단기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강세통화국인 독일과 일본이 금리를 낮추면 마르크화와 엔화로 표시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오르게 된다.

실제로 분데스방크가 재할인율을 인하한뒤 달러는 오르고 마르크.엔은
떨어졌다.

독일과 일본의 금리인하는 과연 달러를 오름세로 반전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분데스방크의 금리인하는 예상밖이었다.

투자자들은 한결같이 분데스방크가 재할인율을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인하가 예상되지 않았기에 국제외환시장과 증권시장에 미치는 단기적인
효과는 컸다.

달러는 30일 분데스방크 이사회가 시작되기 직전 도쿄시장에서 달러당
88.10엔, 1.3743마르크까지 떨어졌다가 금리인하가 발표된 직후 뉴욕시장
에서 달러당 90.23엔, 1.4213마르크까지 급등했다.

31일 일본은행이 콜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것도 표면상으로는
달러에 호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 일본은행이 재할인율을 내릴 것으로 보도된뒤 이 재료
는 시세에 충분히 반영됐다.

따라서 재할인율을 내리지 않고 콜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발표는 호재가
되지 못했다.

외환전문가들은 독일과 일본의 금리조정에 힘입어 수주간, 또는 수개월간
달러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핀란드 캔설리스 오세이크 은행의 외환부장인 앨버트 소리아는 "국면이
완전히 반전됐다고 보지는 않으며 달러가 6주가량 강보합세를 유지한뒤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이 달러 회복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달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이다.

미국의 거대한 경상적자와 이에 따른 미일통상마찰,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한 점, 멕시코 금융위기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우선 지난27일 재개된 미일자동차협상이 미국이 정한 최종시한인 4월말까지
타결될지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을 꼽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최근 상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설전을
벌였다.

미무역대표부의 미키 캔터 대표는 29일 "달러 약세(엔화 강세)는 근본적
으로 일본시장의 폐쇄성에 기인한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이 시장을 개방하면
달러가 오를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일본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속셈으로 달러 하락을 묵인
하고 있다는 외환시장의 분석을 뒷받침해 준다.

따라서 자동차협상에서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하지 않는한
달러가 회복세를 굳히기 어렵다는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뒤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클린턴
정부의 노력이 위축되고 있는 점도 달러를 짓누르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웨스트민스터은행의 수석채권분석가인 아드리안 제임스는 "달러가
장기적으로 강세를 유지하려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경제의 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 회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최근 멕시코에서는 페소화의 가치와 주가가 함께 오름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철저한 긴축으로 멕시코 경제가 침체되면서 미국의 대멕시코 수출이
급감하고 있으며 멕시코 은행들과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불씨"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독일은 30일 금리를 인하함으로써 달러 급락(엔.마르크 급등)을 저지하는데
다소나마 기여했다.

독일로서는 할만큼 한 셈이다.

이제는 미국과 일본이 환율 안정을 위해 뭔가를 보여줘야 할 차례가 됐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