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건수 기자 - LG경제연 이지평 책임연구원 >>>
세계최대의 유리제조업체인 아사히유리(AGC)는 "글로벌기업의 모범"으로
손꼽히고 있다.
14개 나라에 44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자동차용 유리와 TV용 유리벌브
의 세계시장점유율은 각각 22%와 55%로 세계1위.
유리사업에서 파생된 세라믹스 화학제품 전자부품등의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아사히유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와다 오사무 국제부장의 기업세계화에 관한 설명에서 그 해답을 찾을수
있다.
"세계화 국제화는 해외거점을 많이 보유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해외
거점을 포함한 전그룹차원에서 통합(시너지)효과를 확보해야 한다"
와다부장은 아사히유리에서 시너지효과가 가장 두드러진 부문으로 기술
개발을 손꼽았다.
"본사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 해외거점에 원활히 이전할수
있는 경영체제야말로 아사히유리가 세계화에 성공한 원동력"이란 설명이다.
내일의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공헌하는 "가치창조기업"을 지향한다는
세야 히로미치사장의 경영이념도 이런 전통을 반영하고 있다.
연구개발(R&D)은 중앙연구소와 각 사업부산하 연구소간의 분업체제를
축으로 한다.
경쟁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에 의한 해외R&D프로젝트, 해외생산 및 판매거점
의 기술개선 노력등도 결합된다.
중앙연구소는 기초및 응용연구를 담당, 세계각국의 수요에 부응하여 유리
제품의 고부가가치화와 새로운 제조기술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각사업부산하 연구소는 중앙연구소와 협력하면서 연구개발에 나서는 한편
해외거점에 대한 기술지도를 담당하고 있다.
전사차원의 기술적 시너지효과를 세계화전략의 성공을 위한 핵심으로
잡고 도쿄 본사를 기술창조의 모체로 육성해 왔다.
특히 생산시스템 전체에 대한 기술축적과 원료기술의 심화에 주력해 왔다.
이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을 신사업으로 발전시켜 왔다.
세라믹스 화학등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세라믹스사업은 유리용해로 개발에서 나온 것이다.
로의 설계 및 제작기술을 축적하면서 로에 사용되는 세라믹스 부품까지
개발해냈다.
이 성과를 신규사업으로 개척, 내화물을 판매할뿐만 아니라 로의 설계에서
건설까지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화학사업은 판유리의 원료인 소다회의 자급생산이 발전된 것.
가성소다 액체염소등 기초화학제품 시약 도료용불소수지 정밀화학제품등을
생산하고 있다.
유리와 세라믹스 화학등에서 축적한 소재및 가공기술은 첨단 전자사업의
바탕이 됐고 안경 가정용알칼리수생성기등의 생활용품사업으로 연결됐다.
집적회로(IC)기판 액정용기판 포토마스크 자기디스크등이 대표적인 전자
관련사업.
와다부장은 "유리산업 관련기술의 자급도를 높임으로써 본업인 유리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해외거점에 일관된 기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 것이 전사차원의 기술적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추구한 결실"이라고 말했다.
제품자체의 제조기술 뿐만 아니라 주요설비를 포함한 제조시스템 전반에
관한 기술적 우위성과 자립도를 높여 해외거점의 경쟁력을 높여 왔다고
강조했다.
물론 글로벌기업으로서 전사차원의 기술적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본사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현지거점 자체의 자질을 향상시켜 경영능력을 보강하는 일이 따른다.
해외거점의 경영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우호적인 파트너관계의 유지와
발전을 강조해 왔다.
현재 아시아지역에서는 태국의 사이암그룹, 인도의 타타그룹등을 파트너로
합작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아시아의 현지기업들이 처음부터 근대화된 경영방식이나 사고를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대화및 정보교환을 통해 파트너 자체의 사고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꾸어 왔다"
와다부장은 아시아사업이 이들 파트너와의 우호관계를 유지 확대시켜 온
과정이라고 할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거점과 본사 기술부문과의 분업도 활발하다.
가령 동남아에서는 "진한 색의 유리를 선호한다"는 시장정보를 본사에
전달하고 본사는 그에맞는 제품을 개발한다.
경쟁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연구 개발도 기술적 시너지효과 극대화의
주요수단.
독일 쇼트사와 플로트기술을 이용한 코닝유리생산, 프랑스 생고방사와
차세대자동차용유리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쇼트사와 개발하는 기술은 납성분이 들어간 코닝유리를 플로트기술을
적용해 저렴하게 대량생산하는 기술.
코닝유리는 반사가 잘되는등의 특성을 지닌 고부가가치제품이지만 제조비가
많이 든다.
쇼트사의 장점인 재료기술을 활용, 플로트방식으로 생산해 가격을 크게
낮춘다는 계획이다.
생고방사와는 한장의 유리와 필름으로 구성된 차세대 자동차용 앞유리를
개발하고 있다.
2장의 유리사이에 필름을 넣은 지금의 것보다 훨씬 가벼운 획기적인 제품
이다.
연구결과 얻어지는 특허등의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네덜란드에 합작회사
(바이레이어 디벨로프먼트사)를 설립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해외생산거점에 대한 기술이전에도 기술개발 못지않은 비중을 두고 있다.
유리로는 주로 10년주기로 설비를 교체하며 한번 가동에 들어가면 10년동안
멈출수 없으므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
해외생산거점을 새로 만들때 신기술을 적용하며 본사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이전해 준다.
해외로 이전되는 기술은 물론 일본내에서 개발및 검토가 끝난 기술들이다.
실제 기술이전은 실무훈련(OJT)이 기본이며 일본에서 기술인력을 파견하여
현지근로자를 훈련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공장건설기간중에 공장가동의 주역이 될 핵심
인재를 교육하는 일"(와다부장)이라고 한다.
아사히유리의 세계화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또하나의 특징은 "동반진출".
자동차나 전자등 수요업체를 뒤따라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수송이 곤란한 판유리는 일찍부터(56년 인도가 처음) 수요를 따라 해외로
나섰으나 자동차유리등은 70년대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등 자동차회사의 진출이 어느정도 이뤄진 다음에
시작됐고 전자분야도 같은 길을 걸었다.
아사히유리는 오는2000년 매출 2조3천억엔, 세전순익 1천8백억엔을 목표로
한 "신AGC비전21"이란 장기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