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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산업] (10) 반도체 세계제일 굳힌다 <10.끝>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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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초 동경 NEC본사.

    이윤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대표이사와 NEC 하네다 상무는 한 장의
    계약서에 사인했다.

    서명 시간은 수 초에 불과했다.

    그러나 "수초"가 갖는 의미는 엄청났다.

    유럽에서 "삼성-NEC 공동생산체제"를 구축키로 한 것.

    NEC는 영국공장에서 웨이퍼를 가공하고 삼성은 포르투갈공장에서 이를
    완제품으로 제조한다는 내용이다.

    유럽언론들은 이를 두고 EU시장을 겨냥한 "황색 공동전선"이 펼쳐졌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한국 업계의 입장에서 보면 그 이상이다.

    바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세계화가 시작된 것이다.

    삼성은 최근 "2000년 구상"을 수립했다.

    한국 미국 유럽 동남아를 연결하는 4극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게 골자다.

    각 대륙에 반도체의 설계 가공 조립을 한 공장에서 해결하는 일관생산체제
    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생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겠다는 포석이다.

    현대전자도 올들어 미국과 유럽에 일관생산공장을 건설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회사는 중국에도 조립라인을 건설중이다.

    LG반도체 역시 해외생산기지 건설에 관한 세부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한국 반도체업계가 이처럼 밖으로 눈을 돌리는 데는 여러가지 뜻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역마찰 방지다.

    "한국 메모리산업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리딩 포지션(Leading Position)을
    차지했다. 동시에 모든 메모리반도체 생산국의 제1 타깃이 됐다"(산업연구원
    주대영부연구위원).

    어느 업종이건 세계시장점유율이 33%를 넘는 기업은 공격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한덕수 통산부 통상무역실장).

    한국 반도체업계가 바로 이 케이스에 해당된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

    올해말에는 이를 훨씬 넘어서 일본을 제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의 파상공세를 받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그러니까 국내기업들이 다투어 해외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건 이런 대외변수
    에 대한 사전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지업체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생산하고 마케팅을 하겠다는 것.

    무역마찰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정공법을 택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외생산기지 구축의 노림수가 "수비"에만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수요업체를 근거리에 두겠다는 공격적 개념도 깔려있다.

    바로 "유저 프렌들리(User Frendly)전략"이다.

    수요업체가 원하는 제품을 빠른 시간안에 필요한 양만큼 공급하겠다는
    것.

    고객지향적인 생산과 마케팅체제를 가동해 현지시장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겠다는 얘기다.

    "UF전략"은 본래 일본 NEC사의 트레이드 마크다.

    NEC는 지난 80년대 초부터 해외에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엔고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인텔에 이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2위를 했다.

    엔고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해외생산기지에서 제품을 생산해 "역풍"을
    "순풍"으로 이용한 덕이다.

    국내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같은 점을 주목해서다.

    기업들이 이렇게 해외생산체제를 구축한다고 해서 반도체업계의 과제인
    "세계화"가 저절로 이뤄질 수는 없다.

    정부가 할 일도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제도 개선이다.

    "국내화"된 제도를 "세계화"된 룰로 바꿔야 한다.

    대표적인게 관세정책이다.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반도체의 관세율은 8%다.

    반도체 제조장비는 4~5%가 부과된다.

    정부가 무역마찰의 구실을 주고 있는 셈이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프로젝트 같은 "관주도" 사업도 외국업계로 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사실 이런 사업에서 정부가 하는 역할은 거의 없다.

    그래도 정부는 거창한 사업계획을 곧잘 발표한다.

    무슨 공동개발 프로젝트라는게 그 것이다.

    "한 건" 하는 것 같은 생색을 내기는 쉽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국내화된 마인드"는 이미 무역마찰의 불씨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사는 USTR에 한국을 불공정거래국으로
    제재해 달라고 청원했다.

    "한국정부가 반도체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등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는게 이 회사의 주장이다.

    정부가 외국업체의 불필요한 공격을 자초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는 회로가 생명이다.

    미세한 회로들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빽빽히 들어차 있는게 반도체다.

    회로간 연결이 잘돼야 반도체도 제 기능을 발휘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이 거미줄 회로 처럼 세계시장에 뻗어야 한다.

    그래야만 D램 신화를 반도체 전체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발끈을 다시 매야 한다.

    기술 생산체제 마인드등 모든 것을 세계시장에 맞춰야 한다.

    세계 제일을 굳히기 위해서는 말이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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