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건설의 제3자인수가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과거 정부주도의 부실기업정리와는 달리 은행주도로 부실기업이 정리
되는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제일은행이 은행주도의 제3자인수를 선택한 것은 물론 최선의 방안은 아니
다.

유원건설에 3천억원이상의 여신을 주고 있는 제일은행은 최근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기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처리방안을 검토했다.

그중 하나는 물론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받아 막대한 세금을 감면받으면서
회생시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정부에 직.간접으로 타진해본 결과 산업합리화업체지정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이상 부실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사가 분명
했기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주)한양을 산업합리화업체로 지정,주택공사에 넘기면서
"더이상 산업합리화업체 지정은 없다"고 못박았었다.

기업이 부실화됐을 경우 <>제3자인수 <>법정관리 <>파산절차진행등 시장논
리에 따라 주거래은행과 기업주가 상의해서 결정하라는 뜻이다.

과거 해외건설 해운업체 조선산업등에서 부실기업이 발생하면 산업합리화업
체로 지정,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주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유원의 제3자인수가 알려진 22일 홍재형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은 "유원건
설의 제3자인수과정에서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조세혜택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부도는 내는 것은 경영을 잘못한 기업주의 책임이므로 정부가 지원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원건설의 경우 정부의 생각대로 무리없이 정리될지는 아직 미지
수다.

부실기업을 정리할때 흑자도산이나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경우에는 자율적
인 방식의 제3자인수가 어렵지 않다.

반면 자산이 부채보다 적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경우 정부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움직여 종자돈을 대주거나 세금을 깍
아주는등 어느정도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유원은 적어도 장부상으론 자산(6천2백69억원)이 부채(5천6백80억원)보다
많다.

그러나 건설회사는 특성상 "현장"을 실사해보면 장부상의 계수와 실제가
다를때가 많다.

제일은행이 유원의 인수업체를 우선 확정,경영권을 넘긴뒤 인수협상을 밟
아 나가겠다는 "선인수 후청산"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인수기업이나 인수조건을 사실상 재경원에서 결정하고 있다는 증시소문도
이런 사정을 뒷받침한다.

인수의사를 내비치는 기업이 선뜻 나서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수희망기업이 없을 경우 제일은행이 인수조건을 바꿀수 밖에 없으나 은
행이 손해를 감수하기도 쉽지않다.

이런 점에서 누가 유원건설을 인수하느냐에 못지않게 "은행주도의 부실기
업정리"란 새로운 모델의 문민정부식 부실기업 정리방법이 정착될것인가에
도 관심이 집중된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