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전자.

청주에서 첨단전자부품인 마그네틱링을 만드는 업체다.

이 회사는 올들어 전세계 마그네틱링시장의 30%이상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종업원 2백여명의 조그만 시골기업이 어떻게 전세계시장을 대거 먹어들어갈
수 있었을까.

과연 이회사의 시장확보전략은 무엇인가.

자화의 김상면사장은 "이같은 성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덕분"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 부품은 개당 몇십달러에 불과한데다 수요물량이 한정돼있어 대기업이
양산화하기엔 타산이 맞지않는 제품.

이에비해 영세기업이 이 제품의 개발에 뛰어들기는 기술부족으로 허덕일
수 밖에 없는 분야다.

중규모기업으로서 과감한 투자를 한다면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다고
판단한 김사장이 벤처정신으로 뛰어들어 일본의 대기업들과 경쟁을 개시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보기드물게 매출액의 7%를 기술개발에 투입했다.

성과는 금방 나타났다.

미국 일본 유럽등에서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경쟁사인 일본기업이 덤핑공략을 가해왔다.

덤핑은 잠시뿐이었다.

대기업이 만들기엔 적합하지 않은데다 올들어 엔고가 극심해지자 일본시장
의 틈새가 크게 벌어졌다.

때를 놓칠새라 일본시장을 대거 공략했다.

지금 이 전략이 빛을 보이고 있다.

자화전자이외에도 그동안 기술개발에 관감한 투자를 해오던 중소기업들이
엔고에 주눅든 일본의 틈새시장을 노리기에 바쁘다.

화진산업을 비롯 신일분산기 한국하촌전기등에서 국제 틈새시장을 공략,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화진산업은 엔화강세국면이 계속되면서 일본의 경쟁업체인 이와쇼 오쿠라
산업등이 채산성악화로 손을 들자 이 공백시장에 플라스틱포장기등 상품을
대거 투입했다.

채산성 악화를 메우기에 급한 일본 호코사등이 틈새시장을 공략해 오는
한국중소기업의 제품을 과감히 채택하고 있다.

신일분산기도 비슷한 케이스이다.

페인트잉크의 제조에 필수적인 설비인 분산기및 이송설비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대기업이나 영세기업들이 만들기 힘든 전문기계를 생산 일본의 간사이
페인트등에 납품할 수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미 15만달러어치를 납품했다.

한국하촌정기도 일본틈새시장공략으로 올들어 100대의 선박엔진수리전용기
를 공급했다.

보성 성진기공등도 전문부품으로 틈새시장뚫기에 한창이다.

동양이화학공업 광진공상등은 미국의 틈새시장을 확보하기에 온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국제시장에서 수출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동종업체들과
전쟁을 벌이는 전략을 펴왔다.

가격 품질 홍보등에 엄청난 비용을 낭비했다.

그러나 요즘들어 업종별 전문화가 가속되면서 동일업종기업들끼리 피나는
경쟁을 벌이길 꺼려한다.

각자 차별화 전략을 쓴다.

이로 인해 곳곳에서 공백시장이 나타난다.

이 공백시장을 공략하는것이 중견기업들의 신경영전략이 되고 있다.

동해종합통상이 만드는 심로바이올린이 유럽시장을 휩쓸기 시작한 것도
바로 틈새시장공략이 성과를 거둔 경우다.

유럽의 악기업체들은 주로 전문가용 고급악기만을 만든다.

저급악기는 주로 동남아에서 수입해 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심로바이올린은 프랑스 영국 독일등에서 학생들이 교습용
으로 쓸 바이올린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해통상은 고급바이올린의 30%가격수준의 중급바이올린을 대거 내놓았다.

공백시장에서 갑작스레 수요가 일어나고 있다.

삼익바이올린도 비슷한 공략에 나섰다.

영창악기의 디지탈피아노 마크10이 프랑스에서 대호평을 받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세계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는 중소기업들은 요즘 남몰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 이민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