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서양화가 한범구씨(49)가 22~31일 서울강남구청담동 조선화랑
(516-3437)에서 네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자연의 순수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담는 작업을 통해 현대인의
"자연으로의 귀의"를 주장해온 한씨는 이번 전시회에 "구초"연작 30여점
을 발표한다.

"구초란 산짐승이 아무렇게나 자고간 자리 또는 흔적을 뜻합니다.

산짐승은 문명이나 세속에 물들지 않은 것을 의미하고, 이들이 자고간
흔적의 이미지는 때묻지 않은 것에 대한 추억이나 동경과 연결되지요"

한씨는 자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것은 사람들에게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을 인간의 종속물로 보는 서구사상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봅니다.

서구산업사회가 지나치게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한 나머지 자연파괴
현상이 일어났고 그 결과 인간의 생존자체까지 위협받고 있는 것이지요"

노자의 도덕경에 심취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게 됐다는
그는 그동안 일관되게 추구해온 시도들의 중간보고가 바로 이번
전시회인인 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오랫동안 산좋고 물좋은 강원도 산골짝에 칩거하면서 작품에
몰두해 온 그는 작품을 지나치게 치장, 전달하려는 의미를 퇴색시키면
안된다는 것이 지론.

따라서 이번 출품작 또한 가능하면 계산하지 않고 단순한 화면에
핵심적인 이미지만 간결하게 담아 강렬한 인상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서울대미대 회화과를 졸업, 그동안 세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 현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