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들이 정신나갔구만.같은 비행기로 귀국하겠다니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긴가. 한 사람씩 서로 다른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도록 해!"

지난 82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이회장의 호령에 절절매야 했던 사람은 일본 샤프사
에 기술지도를 받으러 갔던 "신사유람단"단장 이윤우 당시 개발실장.

이회장은 단원들이 "KAL000편"으로 함께 귀국하겠다는 이실장의 보고에
버럭 역정을 낸 것.

어렵사리 기술을 배워온 이들이 한 비행기를 탔다가 사고라도 나면
반도체 개발은 "도로아미타불"이 되고말 것이란 우려에서였다.

"만에 하나"까지를 염두에 두는 최고경영자의 안목은 이렇게 다르다.

반도체의 "반"자만 아는 사람이라도 아쉬웠던 시절의 이야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