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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엔화강세는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제3국 등에서 일본과 경합하고 있는 업종은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 강화가
예상되는 반면 부품의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업종에선 한국도 원가상승
부담이 클 것은 뻔한 이치다.

한마디로 업종별 명암이 교차한다는 얘기다.

엔고행진이 한국산업에 드리울 ''빛과 그림자''를 정리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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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적인 효과 >

우선 조선 전자 자동차등 한국 주력상품의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

제3국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이들 업종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
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엔화가 절상되는 만큼 일본제품은 수출가격 인상부담을
안게돼 국산 수출상품들이 반사이익을 볼수 있다는 얘기다.

업종별로는 대일수입의존도가 20%수준으로 비교적 낮은 철강 금속은
선진국시장에서 수출증대 효과가 뚜렷이 나타날게 뻔하다.

한일간 선박수주전이 치열한 조선에서도 한국은 큰 혜택을 볼것이다.

이미 조선부문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20-30%정도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자동차도 엔화강세를 버텨내기 어려운 일본업체들이 수출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추세여서 한국산 자동차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자의 경우 대일 의존도에 따라 편차가 심하지만 일단 반도체에선 혜택을
받을게 분명하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메모리분야에서는 국산제품
의 가격경쟁력이 월등히 강해져 수출이 늘고 채산성도 좋아질 전망이다.

전자부품도 대형업체들의 수출이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상품인 중저가 전자제품은 부품 국산화율이 90%에 달해 엔화
강세를 계기로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기업에 비해서도 경쟁력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계의 경우 국산화율이 높은 섬유기계 농기계등의 수출증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화학도 일본과 시장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동남아 국가등에서 점유율을
확대할수 있는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편 엔고로 원가부담을 안게된 일본기업들이 한국기업과 전략적 제휴및
부품조달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생산 확대에 나설 예상이어서 한일간
산업협력이 활발해지는 파생효과도 나타날수 있다.

< 부정적인 효과 >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내산업구조 탓에 시설재나 부품구입비용등 국내
기업의 원가부담이 늘어나는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특히 부품의 대일의존도가 40%에 달하는 기계류및 전기.전자는 일본제
부품의 수입가격 인상분이 한국제품의 수출가격에 그대로 전가돼 수출이
늘더라도 수익성은 그만큼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기계의 경우 일본부품이 70-80%가 들어가는 수치제어선반이나
핵심부품을 전적으로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중장비등은 수입원가가 상승,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쪽에서도 노트북 컴퓨터와 산업용 로보트등은 엔화강세로 수입액이
늘어나 대일역조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엔진 전장품등은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들 때문에
원가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섬유는 이미 중국등 후방개도국에 시장 주도권을 내준 상태여서 엔고에
따른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또 일본기업들은 이미 엔고에 상당한 적응력을 갖추고 있어 전반적으로
한국이 기대할수 있는 이득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기업은 달러당 70엔대에도 견딜 수 있는 경영구조를 구축, 엔화강세로
인한 수출가격 인상부담을 상당부분 자체흡수 할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엔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환차손 급증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상장회사(금융사 제외) 전체의 엔화부채 총액이 현재 2조원을 넘어
엔고에 따른 한국기업들의 환차손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엔화가 약 11%절상됐던 지난93년말부터 작년7월초 까지 이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환차손은 2천2백억원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업종별로 특히 환차손이 예상되는 부문은 엔화부채가 많은 항공우주
해상운송 1차금속 섬유산업순이며 기업별로는 포철 한국전력 대한항공
기아자동차 한진해운등의 순인 것으로 조사돼 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