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지난 27일 한농을 전격인수한 이후 동업관계인 회사의
경영진사이에 불신풍조가 퍼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재계에 나오고
있다.

상장회사의 한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43년간 동업을 해오던 한농의 동반자
중 한사람을 매수함으로써 동반자가 하루아침에 적으로 변했다"면서 현재
동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많은 상장회사의 경영진사이에 경계의 분위기가
퍼지게 됐다고 걱정했다.

동부그룹에 경영권으로 빼앗긴 한농 신준식씨측은 "주총이 있는 27일 아침
조회까지만해도 정씨측이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아 신사장이 주총에서는
아무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할정도였다"면서 배신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농이 동부그룹에 넘어감으로써 한농의 다른 7개 계열사에도 앞으로
정씨와 신씨측사이에 불협화음이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한농의 계열사는 한농과 같은 상장회사인 한정화학 장외등록법인인
한농화성 그리고 한농종묘 합작회사인 유니코등 모두 8개사.

이중 합작회사를 제외한 7개사는 정씨과 신씨측이 똑같이 24.5%씩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계열사들이 모두 흑자를 내고있어 신씨와 정씨간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면서 한대기업의 난데없는 M&A공격으로 중소그룹의
분할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부그룹에 경영권을 전격적으로 빼앗긴 한농의 신준식씨측은 이번주내
에 주총무효확인청구소송을 서울민사지법에 제출할 예정이다.

신씨측의 김응상씨는 "28일 주총때 신의장이 정회를 전언했음에도 동부
그룹이 부사장을 임시의장으로 선출하고 회의를 속개했다"면서 이는 사장이
유고시에만 부사장이 의장직을 대행할수 있도록한 정관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부측이 정회중에 임시총회를 열었으나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면서 소집절차에도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와함께 동부그룹이 이번에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매입한 주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증권거래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지난 22일 증권감독원
과 대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당시 감독원과 대검에 제출한 고발장에는 이번에 동부그룹쪽에
손을 들어준 정씨측도 한께 도장을 찍었다면서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한농인수설을 증시에 부인공시까지 했던 동부그룹은 27일 하루동안
새로 선임한 이사의 등기까지 마쳐 인수준비를 사전에 치밀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농의 한관계자는 "동부그룹이 주총이 개최되기 불과 10분전에 인수의사를
공개하고 임시총회를 열더니 오후에는 새로 선임한 이사의 등기까지
마쳤다"며 어안이 벙벙해했다.

<>.증권업계는 동부그룹이 한농을 전격인수한 데대해 특정금전신탁이라는
얼굴없는 주식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중소기업들이 난데없는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의 한관계자는 특정금전신탁은 신탁자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기
때문에 주가차익을 노리거나 은밀한 인수합병등 비도덕적인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에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