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도물산의 법정관리신청과 덕산그룹 부도로 금융계와 재계에 먹구름이
일고 있다.

중견기업들로 비교적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위기를 맞은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란 판단에서다.

정부의 긴축기조에 따른 "고금리 저주가"의 여파로 중견.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라는 도미노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우려이기도 하다.

증권시장에선 벌써부터 최근 부상하고 있는 신흥그룹들이 자금압박에
몰렸다는 설들이 퍼지면서 주가가 연이틀째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도물산과 덕산그룹의 위기는 우선 방만한 경영탓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데도 기업확장을 계속하는등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
이다.

의류업체인 삼도물산은 수출시장이 위축을 받는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계열사를 8개로 확장했고 이과정에서 자금난에 봉착했다.

계열사를 26개나 가지고 있는 덕산그룹도 지난해 충북투금 인수하고 온천
개발부지를 거액을 주고 매입했으며 최근엔 일간신문까지 창간했다.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게 결국 파국을
자초했다는 진단이다.

재계에선 그러나 이들 기업의 위기가 꼭 방만한 경영탓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정책기조의 갑작스런 변화로 화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작년까지 성장을 내세우던 정부가 올들어 강도높은 안정정책을 구사하면서
이들 기업이 자생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이다.

실제 정부가 안정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올들어 실세금리가 급격히 올라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연15.3%를 오르내리는등 2년여만에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다.

콜금리도 걸핏하면 법정상한선인 연 25%까지 치솟는다.

통화긴축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기업들의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기업들이 고금리와 저주가에 시달리다가 결국 힘없이 무너질수밖에
없다는게 재계의 주장이다.

재계는 이들 기업의 "위기"가 다른 기업들에게도 확산될지 여부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고 있다.

덕산그룹에서만 2천4백8억원의 피해를 입은 은행 투금사등 금융기관들은
벌써부터 여신업체에 대한 신용도를 전면 재점검하는 작업에 나섰다.

일부 신용이 불안한 기업에 대해서는 신규여신중단과 함께 여신을 회수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특히 덕산그룹에 회사당 평균 1백억원가량의 대출을 주고 있는 투금사들은
대부분 담보를 잡지 못해 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투금사들의 자금부족이 콜시장등 자금시장의 정상적인 흐름을
막아 금리를 부추킬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돈구하기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사채시장등
돈이 있는 곳으로 "금리불문"으로 뛰어 다닐수밖에 없다.

금리가 다시 천정모르게 치솟고 기업경영은 더욱 위축될것임을 쉽게 예상
할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계와 재계에서 기업들의 연쇄도산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삼도물산의 법정관리와 덕산그룹의 부도가 다른 기업들의 추가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책당국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게 경제계의
바램이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