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김영규특파원]범세계적인 단일 정보고속도로 구축문제를 논의한
지난 24-26일의 선진7개국(G7) 민관정보통신회담은 "경쟁원리를 바탕으로한
지구차원의 협력모색"이란 정보기반 구축방법에 관한 대원칙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수 있다.

물론 이번 회담은 정보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제시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으로 예상됐지만 세계에서 처음 열리는 "정보고속도로 잼보리"로
미래 정보화사회에 대한 일반의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
했다는데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번 회담은 그러나 정보고속도로에 대한 국가간 입장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엿볼수 있게 해줘 각국간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새로운 통신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는 험난한 길이 놓여 있으며 해결과제가 많다는 사실을 재확인
시켜줬다.

특히 오는 2000년께 1조달러규모로 커질 통신관련시장 주도권을 둘러싸고
경쟁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일본은 비록 이번에는 불협화음을 내지 않고
지나갔으나 이번 회담에서의 태도로 미루어 앞으로의 추진과정에서 알력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나라간의 경쟁양상에 따라 정보고속도로 구축방향이나 일정도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에 대한 각국의 견제도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주도권다툼과 연관된 알력의 한 모습은 회담 폐막 전날 앨 고어
미부통령이 미국 통신시장 개방을 기습 발표, 프랑스.일본.캐나다등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고어 대통령의 발표는 통신시장을 개방하는 상대국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
에서 통신회사를 소유할수 있게 하는등 시장을 개방키로 한다는 내용
이었으나 고어 부통령은 G7회담 참석중인 어느 나라와도 이에 대한 상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회담의 막후에 흐로고 있는 미묘한 기류는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회담과 관련, 일본측은 끝난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기술시장을
자유화하는 것만이 세계적인 정보고속도로 구축을 앞당기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G7회담에서 이뤄진 합의에 전적으로 찬동하지는 않는
입장임을 내비췄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캐나다등은 정보고속도로 건설 주도권을 미국에 뺏길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할 피해와 자국문화의 미국화등을 이유로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정보화사회로 인해 영어권사회가 촉진돼서는 안된다면서 미국문화의
확산에 제동을 거는 방안도 모색했으나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전세계적인 정보고속도로 구축에 있어서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는 문제와는
별도로 이번 회담에서는 정보고속도로의 구축과 실업문제, 국제적인 무역
분쟁문제등과의 연관관계등도 거론됐으나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의 주장이
팽팽한등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밖에도 범세계적인 정보망 구축의 전제조건인 저작권및 사생활보호등
기술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것도 해결해 나가야할 과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과연 선진국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정보
고속도로 구축 논의가 후진국에 불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나라들의 경우는 21세기의 핵심 산업
분야에서 설자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으며 이에 대한 대비책은 스스로
마련하는 수 밖에는 없는 듯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