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인 4메가D램 수요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수급의 바로미터"인 가격곡선이 이를 말해준다.
2월하순 현재 4메가D램 국제가격은 개당 12달러.절정기를 맞았던 작년의
가격대와 "평행선"을 긋고 있다.
올들어서는 4메가D램 수요가 한풀 꺾이면서 가격이 10달러선으로 내려
앉으리라던 대부분 전문가들의 전망이 빗나간 셈이다.
"다수요"와 "고가격"을 앞세운 4메가D램의 질주는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2년이면 생명이 다한다는 메모리반도체의 라이프사이클이 4메가D램에서
깨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첨단전자제품과 컴퓨터의 지속적인 등장으로 4메가D램 수요가 계속
생겨나고 있어서다.
대표적인게 32비트형 첨단 게임기다.
여기에다 윈도즈등 많은 양의 정보전달을 요구하는 화상전용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보급도 늘고있다.
16메가D램 시장형성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4메가 장수"의 주요
원인이다.
이는 한국기업과 함께 세계 메모리업계의 양축을 이루고 있는 일본
업체들이 16메가D램양산공장 건설에 대한 투자를 늦춰 아직 본격
생산하지 못하고 있기때문.
이에따라 16메가D램 가격이 적정수준으로 평가되는 개당 45달러선을
웃도는 48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수요업체들은 아직 4메가D램 4개를 사용하는 것이 16메가D램 1개를
쓰는 것 보다 원가절감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 때문에 4메가D램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서 4메가D램의 수요증가가 언제 까지 이어질지 속단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12달러선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부터 3월께 부터는
10달러선으로 내려 앉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가격 등락이 있다 하더라도 4메가D램은 일반적인 예상보다는
훨씬 "장수"할 것(삼성전자 반도체 기획실 최생림부장)으로 국내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부장은 "반도체가 고집적화될수록 세대간 공존시기는 길어질 것"
이라고 지적하고 컴퓨터가 286같은 저급제품부터 펜티엄급의 고급제품까지
함께 팔리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여러 세대에 걸친 반도체 수요가
동시에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일고 있는 4메가D램의 강세는 국내 반도체업계의
성장가도에 "파란불"로 작용하고 있다.
4메가D램과 16메가D램 시장의 주도권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등 국내 반도체 3사는 4메가D램은 없어서
못파는 호황을 구가하는 한편 16메가D램에서는 시장선점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당장은 4메가D램 설비를 풀가동할 수 있다는게 메리트다.
국내업체가 생산하는 4메가D램은 월산 2천7백만개 수준.삼성전자의
4메가D램 생산량은 지난1월말 현재 월산 1천만개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도 각각 월산9백만개와 8백만개씩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3사의 4메가D램 생산물량은 작년과 동일하다.
당초 작년 하반기부터 4메가D램 생산물량을 줄이고 16메가D램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이었으나 4메가D램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생산량을 똑같이
가져간 것.
반도체 3사는 이같은 4메가D램 호황에 힘입어 16메가 D램 세계시장에
"연착륙"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4메가D램 공급선을 그대로 16메가D램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서다.
이 회사들은 첨단 게임기나 고성능 PC에서 일어나는 16메가D램 수요를
충당하면서 착실히 거래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업체들은 작년초 라이벌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16메가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4메가D램만큼은 안돼도 16메가D램 세계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태다.
올 2.4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일본업체를 제치고 세계시장 선점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한국업계가 "배를 두드리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세계반도체시장에 불고 있는 4메가D램 강세는 일본업체들이 16메가D램
양산체제를 가동하는 올 2.4분기 이후부터 한풀 꺾일 것(삼성전자 최부장)
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는 4메가D램과 16메가D램의 공존시대가 열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업체들이 16메가시장에서 현재와 같은 "선점효과"를 계속 누릴 수
있을까는 장담키 어렵다.
국내 업체들이 "반도체 다세대공존시대"라는 환경을 맞아 메모리반도체
1위 국가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어떻게 구사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