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앞에 앉아 머리를 빗는 여인의 고혹적인 자태 뒤로 흐르는 짙은
허스키의 앨토. "I''m a fool to want you." 로 시작되는 흑인 여가수
빌리 할러데이의 노래는 광고내용(에스콰이아콜렉션) 이상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지난시즌 아모레 마몽드 "미스티퍼플"의 배경은 물의 도시 베니스.
곤돌라를 타고 옆의 남자를 응시하는 모델을 배경으로 이태리가수
에로스 라마조티의 "Amezza Via(인생의 중반길에서)"가 흐른다.

부드러운 멜로디의 이태리어음조는 보라빛톤의 이별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전달했다.

광고음악이 각광받고 있다.

CF가 독자적인 영역의 "30초예술"로 자리잡으면서 광고에 사용되는
음악 또한 영화나 드라마음악 이상으로 중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광고음악의 경우 음악팬은 물론 일반의 폭넓은
사랑을 받으면서 새로운 히트제조기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록그룹 커팅크루의 앨범 "I just died in your arms"는 맥스웰캔커피
CF가 낳은 히트곡. OB스카이맥주 광고에 쓰인 "Voices that care"는
시원스런 스카이다이빙 장면을 더욱 부각시켰다.

아일랜드출신 4인조 크랜베리즈의 앨범"No need to argue"는 신원
에벤에셀의 "크로와제"광고에 실린후 판매가 부쩍 늘었다.

아모레 쾌남CF에 실린 레오나드 코헨의 "I''m your man" 또한 광고에
사용된후 히트한 대표적인 경우. 클래식으로는 남성정장 "마에스트로"
의 파바로티가 부른 "카루소", 에바스화장품 "쓰리웨이케익"의
차이콥스키 "바이얼린협주곡"등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인켈사는 최근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정상의 색서폰주자 케니 G를
모델로 기용했다.

CF음악이 이처럼 관심을 끄는데는 광고대행사의 선곡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행의 최첨단에 서있는 이들이 상품특성과 일반인의 감성을 충분히
고려해 곡을 선택함으로써 히트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 현재 광고
삽입곡은 광고사에서 골라 음반제작사에 의뢰하면 팝송의 경우 "한국
저작권협"이 미"ASCAP" "BMI"(미국의 대표적 저작권협회 2곳)를 대행해
조건을 제시하고 처리한다.

클래식은 대부분 작곡가가 사망한지 오래돼 저작권에 신경쓰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가요의 경우는 작곡.작사자및 가수와 직접 사용조건을 정한다.

그러나 모두 이처럼 정확하게 원칙을 지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저작권을 무시한채 마음대로 쓰는 경우가 더 많다.

"광고음악사용이 문제 되는 때가 곧 올 것"이라는 것이 음반관계자의
얘기(소니뮤직 황덕호대리). 현재는 판촉효과를 감안, 음반사에서 묵인
하고 있지만 머잖아 광고음악 사용료를 요구하게 되리라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