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을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두겠다는
정부방침은 특히 증권감독원의 기능설정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상당한 논란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사자인 증권감독원은 물론 증권업계에서도 세계 주요국들이 최근들어서는
증권시장 관리를 위해 오히려 별도 기구를 설립하는 추세에 있음을 들어
강력한 반대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도 반하며 실익도 없다는 것이 반대론의 골자다.

반대론자들은 우선 증권시장의 원리와 체계가 일반금융시장의 구성원리와
구조적 차이가 큰 만큼 증권과 은행감독체계의 통합은 쉽사리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더우기 은행이나 보험감독원과는 달리 증권감독원은 증권회사에 대한
감독뿐만아니라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시, 유가증권 발행과 관련된 다양한
기능등을 포괄하고 있어 성격에서도 큰차이가 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독일 프랑스등 겸업주의를 택해왔던 나라들과 대장성이 모든것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에서도 최근엔 증권시장 관리를 위한 별도 조직을
설립해 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일부증권사의 특정투자자에 대한 투자손실보전 사건(91년)
이듬해인 지난 92년 "증권거래등 감시위원회"를 대장성에 독립된 기구로
발족시키고 있다.

이감시위원회는 불공정매매조사와 관련해서는 준사법적 권한까지 갖고있는
막강한 조직으로 출발해 최근에는 내부자 거래를 적발하는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

독일의 경우 종래에는 은행감독청에서 은행을, 보험감독청에서 보험회사를
각각 관리해 왔으나 지난연말 증권감독기구를 별도로 두기로 하고 현재
설립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은행은 각급 연방은행이 관할하는 반면 증권은 준사법기관인
증권관리위원회(SEC)를 두어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년대말의 대공황이후 1932년 법과 1934년 법을 제정을
통해 증권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분리의 이유는 고도의 위험을 수반하는 증권업과 안정성이
요청되는 은행업을 분리해 증시의 위험이 금융권 전체로 파급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었다.

영국도 별도의 감독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은행은 재무부에서 직접 감독하는 반면 증권회사와 증권시장은 증권투자
위원회(SIB)에서 독립해 관리하고 있다.

영국은 전통적인 전업주의를 일부 철폐한 지난 86년의 빅뱅조치 이후에도
증권시장의 특수성을 이유로 별도의 관리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세계각국이 이처럼 증권감독체계를 별도로 유지시키고 있는 것은 금융업
과는 달리 증권시장은 다수대중인 투자자들이 직접거래하는 시장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임은 물론이다.

금융기관과 고객의 양자관계인 은행과는 달리 증권거래는 다수대중의
다면적 관계라는 사실이 보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증권 관리위원회를
두게한 배경이라는 설명들이다.

이날 정부의 감독기관 통합방침이 알려지자 일부 증권관계자들은 증권시장
관리체계는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처럼 독립의 대상이라며
정부가 방향을 잘못잡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증시의 자율관리 체계도 미진한 터에 증권관리위원회를 페지하고 감독기관
만을 통합하게 되면 정부의 증시에 대한 영향력은 부정적 방향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있는 셈이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