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활기를 띠던 대기업들의 대북한 경제협력이 정부당국의 뇌물관련 조사
와 북한의 핵문제가 다시 대두되면서 주춤해지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연말과 연초에 걸쳐 고위임원들로 구성된 조
사단을 파견했던 쌍용그룹,삼성그룹,대우그룹 등은 2월중으로 실무조사단을
다시 북한에 파견키로 북한측과 합의했으나 이의 실현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달중 방북을 추진해온 LG그룹도 북한측으로부터 아직까지 회답을 받지
못하고있다.

지난해 대기업 가운데서는 김일성 사망 이후 처음으로 방북을 성공시켜 주
목을 끌었던 쌍용그룹도 당초 북한측이 약속한 2월중 실무조사단 파견과 관
련해 북한측으로부터 아직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1월 고위임원들의 방북기간중 북한측과 2월중 실무
조사단을 다시 파견키로 합의했으나 북한측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아무런 반
응이 없어 2월방북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당국이 기업 조사단들의 방북과정에서
북한측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건네준 것을 확인,이를 조사중이라는 발표를 함
에 따라 기업들의 대북경협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한 최근의 움직임이 분위기를 더욱 얼어
붙게 하고있다"고 덧붙였다.

LG그룹 관계자는 "북한측도 최근 대외경제협력기구의 개편작업을 진행중이
어서일반교역을 제외한 남한기업들과의 경제협력을 위한 접촉을 중단하고 있
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LG그룹은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평양방문을 추진중이어서 북한측과의
협의에 시간이 걸렸으나 최근에는 협의 자체가 중단돼 이달중 방북실현이 불
투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사정은 대기업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국내기업들의 대북경협은 동면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전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