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모주청약정기예금의 사실상 폐지조치에따른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각 은행창구는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정부나 은행본점에도 정부정책과 은행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공모주예금을 유치하기위해 발벗고 나섰던 은행원들조차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정부에서는 "정책은 쉽게 바꾸는게 아니다"고
요지부동이다.

은행들도 은행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만 강구할뿐 고객편의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금리인상이나 신상품개발을 검토중이나 아직 확정된건 없다.

그저 다른 은행과 정부의 눈치보기에 급급할 뿐이다.

<>.은행들은 처음엔 정부조치에 "분노"를 나타냈다.

그러나 역시 "돈장사"답게 금새 현실로 되돌아왔다.

정부의 졸속행정에 금방이라도 대들것같은 태도에서 돌변,지금은 은행
손실을 최소화하기위해 발버둥치고 있을 뿐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출을 받지 않고 예금에 가입한 사람이 중도해지할
경우 약정이자가 아닌 중도해지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는 것.

대신 은행이 대출을 해준 고객이 해지할 때는 약정금리를 보장하겠다는게
대부분 은행들의 방침이다.

보람은행을 제외하곤 말이다.

1년짜리 공모주예금의 약정금리는 연9.0%안팎.그러나 3개월이 못돼
해약하면 연1.0%밖에 받지 못한다.

6개월이하이면 연2.0%가 적용된다.

은행들 방침대로라면 90%를 편법으로 대출받아 가입한 사람들보다
순전히 자기돈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손해보게 되는 것이다.

은행들은 대출받은 사람들의 경우 대출이자를 보전해줘야하기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하기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순수예금자의 피해는 졸속행정을 편 정부의 책임이라는 논리다.

은행들은 이와함께 예금이탈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는
있다.

우선적으로 검토되는게 금리인상이다.

조흥은행의 경우 공모주예금을 만기까지 예치하는 사람에 한해
기존금리에 1.0~2.0%포인트를 얹어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상업은행은 공모주예금을 해지하고 다른 예금에 재예치하는 경우에
특별가산금리를 더해주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조흥 한미 제일은행등은 현재 팔고 있는 "고수익 세일상품"의 판매기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침을 확정한 은행은 아직 없다.

"다른 은행보다 먼저 나서지 않겠다"는 은행특유의 "몸사리기"가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번 조치에 가장 분개하는 쪽은 역시 57만명에 달하는 고객이다.

처음에 정부의 졸속행정에 손가락질했던 고객들은 지금은 은행의
처사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불만의 핵심은 역시 금리손해.서울상계동에 사는 주부 박모씨(36)는
"지난해 외환은행으로부터 3천6백만원을 대출받아 4천만원을 공모주예금
에 가입했는데 며칠전 은행이 일방적으로 이를 해지한다고 통보했다"며
"그러면서 세금우대혜택이 취소됐기때문에 17만원을 물어내라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원 박모씨(43)는 "연수익률 35%를 보장한다는 조흥은행의 말만 믿고
3천만원을 맡겼는데 이제와서 약정이자도 안주겠다고 한다"며 "앞으론
은행말은 절대 믿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각 은행창구에서는 "최고의 수익률을 올릴수 있고 대출도
90% 가능하다"며 가입을 권고받은 고객들이 해당 은행원을 찾아와
"책임져라"고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

한편 이번 조치로 은행원들의 사기도 현격히 떨어지는 분위기다.

한 은행원은 본사에 편지를 보내 "공모주예금폐지는 금융자율화에
완전히 역행하는 처라"라며 "6조7천억원의 예금을 유치하기위해 흘린
은행원들의 피와 땀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은행과 고객들의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혼란을 야기한 장본인인
정부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정책을 쉽게 바꾸면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문제를 초래한다는 식이다.

한 관계자는 "보다 거시적으로 통화를 잡고 물가를 안정시키기위한
불가피한 조치인만큼 조그만 불편은 감수해야한다"고 말해 당분간
보완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대해 금융계 일각에선 "금융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관리들이 대거
금융정책라인에 앉아 "성과"에만 급급하다보니 이런 한심한 조치가
나왔다"며 정책입안자들의 자질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