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외 저 <한경 서평위원회 선정>

인간은 사회현상과 물리현상의 지배아래 살고있다.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갖는 인식은 두가지이다.

첫째는 물리현상이 사회현상보다 복잡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물리현상은
과학자에 의해 전문적으로 규명돼야 하지만 사회현상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비극은 이같은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데서
초래된다.

사실 물리현상은 상호작용이 심하지않고 상호작용이 있더라도 개체간의
상호작용인 까닭에 실험이 가능한 특성이 있다.

그러나 사회현상은 복잡다기한 인간들끼리의 상호작용을 다루기에
속속들이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복잡한 사회현상중의 하나인 경제현상을 일상의 논리,특히
"여론"이나 "국민정서"로 규명,해결할수 있다고 믿는데서 오류가
발생한다.

이런 오류때문에 각종 중요한 경제정책이 표류한다.

문제는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있다.

우리는 아프면 의사라는 전문가에게 가고,토목공사에서는 관련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업의 이윤추구가 국민의 복지증진에 과연 역행하는가.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누가 이득을 보는가"등의 의문과 마주칠때 이를
경제학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오히려 비전문적 지식이나 일상의 논리체계에 따라 규명,진단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김정호 김경환 하영원씨는 "시장현상과 대중경제지식"이란 공저를
통해 일반대중이 갖고있는 경제지식의 오류가 무엇이며 그 오류가
왜 계속 유지되는가를 밝히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과제에 대한 분석이 국내외적으로 처음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들의 기여는 매우 크다.

또 이런 독창적 발상이 30대 젊은 경제학자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
에서 한국 경제학계의 앞날은 밝다고 생각된다.

"시장현상과 대중경제지식"은 세가지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첫째는 경제학적인 분석대상에 심리학적인 설명과 틀을 도입한 점이다.

둘째는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경제지식과 논리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틀로 분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셋째는 중요한 경제사안인 기업 부동산 시장개방이라는 세가지 주제를
두고 설문조사를 통하여 오류의 내용과 그 지속성의 이유를 실증적으로
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대중이 갖고있는 경제지식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는
것과 더불어 오류를 수정하려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자들의 전문성이 존중되고 그 전문성은 언론이나 정치의
장이 아닌 학문의 장에서 평가돼야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관계전문가는 물론이고 일반대중,특히 정책관료들에게 숙독할 것을
권유한다.

( 한국경제연구원 간 267면 )

최광 <한국외국어대교수>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