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엔진성능이 뛰어나야 잘 달리고 배기가스도 덜 배출한다.

엔진성능의 우수성은 고출력 고효율 저공해성을 실현하는 연소상태의
유지에 달려 있다.

엔진의 연소실 압력을 측정,연소효율과 연소특성을 분석하는 연소해석기가
최적의 엔진설계를 위한 필수장비인 것은 이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소해석기는 미국의 DSP테크사,
오스트리아의 AVL사 제품등 외제가 대부분이다.

고등기술연구원(IAE) 자동차기술연구실 연구팀(팀장 김성수박사)이 최근
개발한 연소해석기는 성능이 외제보다 뛰어나고 자체개발한 엔진컨트롤러와
연계할 수 있도록 제작된게 특징이다.

이들 연소해석기와 엔진컨트롤러는 486급 PC에 장착, 사용할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박사팀이 개발한 연소해석기는 보드가 여러개 꽂혀있는 외제와는 달리
1개의 보드로 구성돼있다.

보드의 처리능력이 외제의 10배로 초당 10메가바이트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크기도 더 작고 가격도 외제의 10분 1 수준으로 낮출수 있다는게
김박사의 설명이다.

또 연구자가 초보자라도 1~2시간 사용하면 쉽게 익힐수 있는것도 장점이다.

3~4개월 사용해야 작동법이 어느정도 익숙해지는 외제와는 달리 개발단계
에서부터 소비자를 중시한 것이다.

"분석내용을 실시간으로 화면에 보여줄수 있는것도 커다란 잇점입니다.
기존의 연소해석기는 분석자료를 저장한뒤 후처리를 해야 화면에 표시할수
있기 때문에 1~2분이 지나야 시험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김박사는 시험결과를 당장 알수 있어 연구효율을 높일수 있게 됐다며
DSP(디지털신호처리)칩이 내장된 보드를 사용해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난 93년초 김동우주임연구원과 함께 연구에 들어간 김박사는 DSP기술을
활용해야 연소해석기의 실시간 기능을 구현할수 있다고 판단, 여기에 초점을
맞춰 DSP보드 운용SW및 화면구성 SW등 관련 기반기술 확보에 나섰다.

연소해석기 개발연구는 93년 10월 미국의 II사로부터 DSP보드를 들여오면서
본격화됐다.

값싸고 처리속도가 빠르며 연소해석기능을 수행키에 적합한 DSP보드를
고르던중 미II사의 DSP보드를 선택했다.

그러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시제품단계의 DSP보드였기 때문인지 문제점 투성이였다.

작동조차 안했다.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분원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있던 조윤석
교수(한동대 전자공학과)의 도움이 컸다.

DSP보드 제작상의 오차와 SW의 에러를 찾아내는 작업이 공동으로 진행됐다.

II사의 맥렌부사장이 미국에서 날아와 연구팀에 합류해 함께 문제를 풀어
나갔다.

3차례나 차츰 개선된 DSP보드가 태평양을 왕래했다.

지금은 양산해도 좋을 정도로 DSP보드가 개선됐다는게 II사측의 평가이다.

연소해석기 개발과 함께 연료와 공기의 혼합비율및 점화시기등을 제어하는
엔진컨트롤러를 개발하고 이를 연소해석기에 연계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세계적으로도 연소해석기와 엔진컨트롤러 제작업체의 업종이 다른탓에
연계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연구진에 의해 이 2개 기능을
통합한 장치의 개발이 시도된 것이다.

엔진컨트롤러 연구는 93년 한햇동안 대학수준에 머물다가 독일지멘스사의
한국지사인 카스코에서 3년간 이분야 연구경력을 쌓은 김종헌주임연구원이
94년초 연구팀에 합류하면서 크게 진척됐다.

그 해 7월 최용운연구원이 연구대열에 끼면서 엔진컨트롤러 연구는 더욱
가속화됐다.

처음에는 5장의 보드로 구성해 만든 엔진컨트롤러를 1장의 보드로집약시킬
정도로 기술이 향상됐다.

김박사는 "오는 5월에 열리는 서울모터쇼에 세계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한
엔진제어기능을 갖춘 연소해석기를 전시할 계획"이라며 이기술을 토대로
달리는 자동차의 연소상태를 해석하는 장치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