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장관 6명이 무역일선에서 뛰고 있다.

그것도 "한국무역 1번지"인 서울삼성동 무역센터의 같은 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통상 또는 무역이라는 동일 과제하에서 전현직장관 6명이 모인
빌딩은 무역센터가 유일하다.

광화문정부제1청사와 국회의원회관에 전현직 장관 6명 이상이 입주해
있으나 이 경우와는 성격이 다른 셈이다.

현재 52층짜리 무역센터에 입주한 전직장관은 이경식한국무역협회
상임고문 (전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 김철수통상대사(전상공자원부장관)
박필수무역진흥관리위원회위원장(전상공자원부장관) 허남훈아태환경경영
연구원이사장(전환경처장관) 사공일세계경제연구원이사장(전재무부장관)
이선기(주)엑스피아월드회장(전동력자원부장관)등. 이들은 장관재직시에
쌓은 경험을 토대로 세계무역기구(WTO)체제하의 치열해진 무역전쟁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업무형태는 다양하다.

무보수로 일하거나 선진국이 무역장벽의 새로운 잣대로 삼으려는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업계에 전파하기도 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대학강의를 나가고 수시로 해외의 석학을 초청,
21세기 한국의 미래상을 조감한다.

가장 활발하게 무역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단연 김철수통상대사.
WTO사무총장 후보로 나선 김대사는 외무부가 마련해준 서울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 사무실을 마다하고 무역센터에 사무실을 냈다.

김대사는 "외국인을 상대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는 통상대사 사무실은
무역센터가 적격"이라면서 외무부의 권유(외교안보연구원)를 뿌리치고
무역센터에 입주했다.

김대사는 7일 월드스트리트저널과의 1시간동안 인터뷰를 가졌고
내주부터는 유럽지역으로 출장갈 예정이다.

그는 "영어로 말하는것이 우리말보다 더 편해 보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이경식한국무역협회상임고문은 매일 사무실에 나와 국내외에서
입수된 해외경제정보를 탐독한다.

그는 무협간부들과 수시로 만나 무역환경변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고려대와 중앙대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박필수위원장도 새벽부터 사무실의 붉을 밝히고 무역진흥자금의
효율적인 배분등에 고민하고 있다.

박위원장은 무보수에 무수당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는 "한 빌딩에 입주한 6명의 전직장관이 무역과 관련된 일을
맡은것은극히 이례적인것"이라면 "외국어대의 강의와 무역업무로
보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공일이사장은 수시로 언론에 현안문제에 대한 입장을 기고하거나
외국의 석학들을 초청,강연회를 열고있다.

이밖에 허남훈이사장은 최근 세계적 현안인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기업들에 알리고 있으며 이선기회장은 대전EXPO당시의 전시물로
과학공원을 마련,청소년들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과거 대한무역진흥공사사장과 동력자원부장관을 엮임한 이선기회장은
"같은 빌딩에 전직장관 6명이 입주했지만 함께 만난적은 없다"면서
"지난 경험을 국내 기업의 기술발전과 해외시장개척에 기여하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영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