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현상에도 중소기업의 돈가뭄이 계속되자 기업들끼리 서로
단기운전자금을 빌려주는 새로운 방식의 긴급자금융통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서로 신용을 지켜온 친한 기업인들끼리 계성격의 모임을
결성,15일이내의 일시자금을 변통해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7대시중은행의 당좌대출금리가 20%선을 넘는 가운데서도 중소기업들의
긴급자금대출이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따른 고육책이다.

골프모임등에서 출발한 쌍토회를 비롯 비철회 MB회등 4~6명으로 구성된
중소기업자들의 친목모임이 긴급운전자금을 상호융통하는 모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

업계는 이같은 모임이 적어도 수도권 중소제조업자를 중심으로 1백~2백개
정도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같은 긴급운전자금융통은 실명제이후 사채시장에서 일시자금을 융통할
경우사내자금사정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는데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중소기업자동화자금등 1조원확보등 설비자금지원에만 관심을 쏟고
있어 이 방식의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들이 융통하는 자금규모는 3천만원에서 1억원수준.

업계관계자는 "이런 경우 대부분이 당좌수표를 담보로 빌려주되 이자를
받더라도 회계처리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힌다.

따라서 사채의 성격이 강하다고. 그러나 이 자금변통은 지금까지 금리를
매개로 한 고리사채의 성격과는 달리 회원간의 신용을 담보로 한 것이
특색이다.

다만 어음만으로 일시자금을 빌려줄 때는 모임의 다른 멤버가 증인이되거나
입보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기업 스스로 이런 자금융통을 늘리고 있는 것은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대출서류를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다 꺾기강요등으로
금융비용부담이 오히려 증가하는데도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하더라도 회계처리를 하지 않아
지하경제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것이 문제점이다.

이 사채성격의 일시자금융통의 성행은 최근 중소기협중앙회의 조사에서도
밝혀졌다.

실명제실시이후에도 전체조사기업의 22%정도가 부족운전자금을 조달할 때
사채를 쓰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업체비중 12%에비해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같은 방식의 자금조달은 인쇄및 출판업계에서 가장 많고 다음은
가구업종과 잡화업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경한국경제정책연구원장은 이 방식의 융통은 기업들이 운전자금조달에
불안을 느껴 자금수요를 더욱 부채질하는데 따른것이라고 밝히고 무엇보다
제2금융권에서 중소기업이 발행한 상업어음이 제대로 할인되지 않고 있는데
따른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청성기협중앙회조사부장은 이러한 모임을 통한 일시자금융통은 한때
대만에서 성행했다고밝히고 "운전자금조달불안이 지속될 경우 기업간
일시자금조달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는 다만 올들어 중소기업의 부도 가운데 거래업자의 도산에 따른
연쇄부도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기업간의 융통어음발행이
연쇄부도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