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스트오퍼레이션(Low Cost Operation).

점포 운영에 드는 비용을 최대한 낮추자는 뜻이다.

유통업체가 도달해야할 궁극적인 과제처럼 여겨지는 이말이 최근
다시 각광받고 있다.

신업태의 등장으로 경쟁의 파고가 엄청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격경쟁이 최대의 이슈로 떠오른 지금은 어떻게든 싸게 팔아야
고객이 모인다.

상품을 싸게 팔려면 매장운영에 들어가는 각종 불합리한 비용을
줄여가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굳이 할인점이 아니더라도 대기업의 잇다른 유통업참여와 유통시장개방에
따라 외국업체의 진출 등 시장경쟁의 격화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로코스트오퍼레이션은 절대절명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들어 업체들이 저마다 경영합리화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조직 인원 등의 군살빼기는 물론 상품의 구매와 판매에 관련된 영업정책의
변화,물류 포스 등 운영시스템의 개선 등 경영혁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신업태의 등장과 시장개방에 대비한 유통업계의 변화현상을 영업정책
상품개발정책 물류와 유통정보화 경영혁신 등의 측면에서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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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부문 ]]

E마트 프라이스클럽 등 할인점의 등장후 기존 유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당장 인근점포의 매출이 떨어지는데다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만만치
않았다.

백화점 수퍼마켓 등 할인점의 사정권에 든 업체들은 맞세일정책으로
반격에나서는 한편 장기적으론 신업태에 동참한다는 양면작전을
대안으로 내놨다.

구매팀에 떨어진 과제는 어떻게든 값싸게 상품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
백화점업계는 점포별 구매방식을 중앙집중식 구매로 전환했다.

중앙집중식 구매는 구매단위가 커져 사입원가 인하가 가능하다.

미도파백화점이 올해초부터 중앙구매로 돌아섰으며 다른 백화점들도
이를 뒤따를 전망이다.

수퍼업계는 무반품구매 비축구매 시차구매 등 구매기법의 고도화로
이에 맞섰다.

무반품구매란 그동안 제조업체의 부담이 돼왔던 반품을 안하는 대신
공급가를 낮춰 달라는 것.LG유통이 작년에 이를 시행 사입원가를 10-20%
가량 낮추는 효과를 봤으며 한양유통도 올해부터 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1차식품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선도가 떨어지는 점에 착안해 구매
시기를 조절하는 시차구매나 점포망의 확충으로 구매단위가 커짐에
따라 가능해진 산지직접구매의 확대 등도 신업태 이후 활발해진
현상이다.

각 업체가 전략적 제휴란 전제하에 공동구매를 진지하게 거론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판매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백화점들은 우선 할인상품코너를 대폭 늘임으로써 급한 불을 끄고
있다.

롯데 진로유통 삼풍 쁘렝땅 등이 잇달아 가격파괴코너를 신설하거나
확충했다.

롯데가 의류매장을 기존의 2개층에서 3개층으로 늘렸거나 미도파가
명동점을 의류전문점으로 리뉴얼하는 등 도심 대형백화점들의 패션
백화점화 경향도 넓게는 할인점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수퍼업계는 할인점의 덕용포장에 대응한 묶음판매로 재미를 보고
있다.

3백원짜리 라면 4봉지를 묶어 1천원에 판다던지 캔커피(3백20원) 2개와
에이스(2백70원)을 봉지에 넣어 1천원에 파는 식이다.

요일별 생식품 한정판매나 주말장 등이 부쩍 활성화됐으며 점장추천상품
전략세일상품 등 점포별로 자체세일하는 기법도 등장했다.

[[ 상품개발 ]]

유통업계의 최근 조직개편중 두드러지는 현상이 상품,물류조직의 강화다.

상품과 물류만큼은 사장이 직접 챙기겠다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계 상품정책의 핵심에 서있는게 자사상표(Private Brand)상품의
개발이다.

할인점이"가격파괴"를 한다면 PB상품은 "가격창조"를 한다.

유통업체가 제품기획에서 공정 및 판매의 전과정에 참여하는 PB상품은
단순한 세일행사처럼 "비교적 싼 값"이 아니라 "파격적으로 싼 값"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래여자전문대의 안진환교수는 "미국 유통업계의 가격파괴는 매출의
14%,취급상품수의 18%에 이르는 PB상품이 주도하고 있다"며 "PB상품의
활성화는 소매업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원가 자체의 하락과 유통비용의 절감이 가능하도록 제조 도매 소매업
3자가 협력하여 PB상품을 개발하는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상품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개방시대에는 누가해외의 저가상품을 적시적소에 공급하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가 현지 주재원을 미.일 위주에서 동남아 중국 등지로 확대하거나
한양유통이 아시아소매업자연합(Aran)과 손잡고 메리통이란 공동브랜드를
개발한 것,선경유통이 미국 소매업주연합인 IGA의 후원하에 대만 싱가폴
호주 등과 공동상품개발을 구상하는 것 등이 그 예다.

해외상품개발은 더 나아가 해외생산기지의 건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의류업체인 한창과 손을 잡고 중국 산동성에 의류공장을
만든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외국업체와 제휴하거나 공동으로 자본을 투자한 합작법인의 설립도
시도되고있다.

합작법인은 중개상등에 의존하던 외국상품의 수입을 현지가격으로
직수입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대부분의 백화점이 월마트 등 외국의 유수업체와 제휴를 위해 물밑작업에
나선데 이어 수퍼업체중에선 한양유통이 최근 일본의 세이유그룹과 공동
으로 양판점업체의 합작법인을 추진하고 있다.

[[ 경영혁신 ]]

유통업계의 조직개편방향은 팀제도입으로 요약된다.

의사결정단계를 줄이는 팀제는 한마디로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빨리
적응해보자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고객지향적 마켓팅의 필요성이 그만큼 더 커진
것이다.

백화점업계는 물론 수퍼업계도 필요에 따라 타스크포스라 불리는
임시팀을 운영하던 기존방식 대신 전사적인 팀조직으로의 전환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성과급 등 능력위주의 신인사제도도 정착되고 있다.

성과급의 도입은 경쟁시대를 맞은 유통업계가 사원 하나하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시키겠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연공서열식 봉급체제 대신 연간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연봉제나 관리직의 임기제,적재적소에 인력배치를 위한 사내인재공모제
등 사원들의근무의욕을 붇독워줄 각종제도가 도입되고 있다.

핵심업무는 정사원에게 단순업무는 파트타이머에게 맡기는 업무분장의
합리화와 생력화바람도 거세다.

롯데백화점은 93년부터 고졸위주이던 판매사원의 학력을 전문대졸
이상으로 격상시켰다.

비용은 더 들지만 납품업체의 파견사원 대신 정규인원을 매장관리자로
배치함으로써 판매사원을 정예화하겠다는 의도다.

포스(POS)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유통정보화는 고객관리에도 활용된다.

롯데백화점은 고객이 상품을 산 뒤 일정한 시간뒤에 제품의 만족도와
불만사항을체크하는 전산AS제도와 상품 및 매장안내를 터치스크린
방식의 컴퓨터가 대신하는 쇼핑정보시스템을 지난해말부터 가동했다.

수퍼업계는 물류시스템의 개선에 큰 힘을 쏟고 있다.

전국적인 체인망 구축으로 상품수송비용이 큰 수퍼업계는 무전표제도
자동발주시스템 등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영혁신운동은 궁극적으로 기업문화와 연결된다.

유통업계가 저마다 고객지향적 슬로건을 내건 것이나 사원만족경영제도를
내세우는 것도 진정한 경영혁신은 기업문화를 통해서만이 달성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소비행태 ]]

유통업계가 혁명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지만 그 종착점은 궁극적으로
소비자다.

일반인의 소비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통업체로서는 소비자들의
기호와 소비패턴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80년말 도입됐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난 양판점과 최근의 디스카운트스토어
의 성공은 신업태의 진출이 소비자의 변화와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돼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93년말 신세계백화점이 E마트 창동점을 개점하자 유통업계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90년대 초반 시도됐던 대중양판점(GMS)의 도입이 사실상 실패로 끝난
상황에서 비슷한 가격할인형 매장이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롯데월드점 한양잠실점 해태백화점 등은 애당초 양판점으로 기획됐던
점포들이었지만 모두 백화점으로 전환됐다.

화려하게 치장된 백화점과는 달리 인테리어비용을 줄이고 셀프서비스를
채택함으로써 상품가격을 인하한다는 것이 기본 이념이었지만 이러한
형태에 익숙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았다.

90년 명일동 해태백화점 점장으로 있었던 해태유통의 김상화상무는
양판점의 실패이유로 당시 경기활황으로 과소비경향이 있었던데다
고객들이 유명브랜드선호와 셀프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던
점을 꼽았다.

무엇보다 다점포화에 실패함으로써 파격적인 가격인하가 힘들었던게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점에서 E마트 프라이스클럽 등의 성공은 90년대 초반과는 국내
소비자들의 쇼핑행태가 많이 변했음을 시사한다.

실속위주의 소비행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각종 통계지표들도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구매패턴이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세대 정구현교수는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소비행태를 보이게 된다.

가격파괴는 이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향후 가격파괴가
유통업계의 일반적 현상으로 번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상무는 "국내 소비자들은 회색을 싫어한다. 최고급 서비스 아니면
파격적인 가격인하 등 뚜렸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며 디스카운트스토어의
성공은 소비자들에게 가격파괴충격을 줌으로써 가능했다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3일자).